남편의 결혼 전 생활에 대해 비밀스럽게 알려주던 큰 동서가 이혼을 했다.
그 지역을 뜨기 전 큰 동서는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동안 꽁꽁 감추어 두었던 남편에 대해 알려주며, 그만큼 배우고 직업도 번 듯하면서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는지 자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남편은 고졸 졸업장을 갖고 있지만, 시아버지가 명예 이사로 있던 사립학교에서 22살이 넘어 겨우 졸업장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졸업 앨범엔 단체사진이 없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결혼 얘기가 나온 직후 털어놓아 알고 있었다.
그때 나는 결혼생활에서 학벌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생활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셋 째를 임신하고 석사과정을 밟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석사를 마치자 기왕 하는 거 박사과정까지 하라고 했다.
교육이나 세미나가 열리면 남편은 걱정 말라며 독박 육아를 자처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해 줬다.
아무리 친정부모님이 도와주신다 고는 했지만, 터울이 많이 지는 세 아이를 데리고 박사과정을 밟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시어머니는 칠 남매 키우느라 지쳤으니 손자까지는 못 봐준다면서 두 손을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는 학교에 가서 상관없었지만 막내는 너무 어려 인근에 살던 친정 엄마가 보살펴 줘야 했다.
엄마는 출. 퇴근 시간에 맞춰 오셨다가, 가시면서 누구보다도 내 공부를 반대했다.
무슨 벼슬을 한다고 그 나이에 공부냐며.
종일 우리 집에 있으려면 징글 징 글해서 병이 날 것 같다며, 베란다로 퇴근해 오는 게 보이면 가방을 들고 미리 가실 준비를 했다.
그땐 엄마가 살짝 서운하기도 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간 다툼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의견을 내거나 주장이라도 할라치면 남편은 " 그래, 너 잘났다. 대학 나왔다고 위세 떠니" 하면서 일부러 동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갔고, 남으로 가라 하면 북으로 갔다.
내 말이 옳다는 걸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행동은 반대로 했으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학벌은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별일이 없으면 몰라도 의견이 다를 때는 현실로 나타났다.
동서는 남편의 첫사랑에 대해서도 말해줬고, 상대가 다방에서 일하는 여자라는 것도 알려줬다.
살아가면서 때론 모르고 묻어가는 것도 좋았을 텐데, 너무 잘 아는 것도 피곤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시아버지에 대한 반항은 남편이 성인이 되어서도 끊이지 않았고, 바깥으로 돌면서 그렇게 여자들을 만났고, 그중 마담이라는 여자는 방황하는 남편을 품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노력했단다.
그래서인지 친구 중 마지막 총각이었던 남편이 9살이나 어린 여자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도대체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 죽겠다며 예식장에 총출동해서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큰 동서의 말이 걸려, 남편에게 '개과천선'과 ' 제 버릇 개 못 준다 '는 말 중에서 어느 게 현실적이냐고 하니 남편은 후자를 선택했다. 오호! 통제 라.
떠나기 전 알려준 큰 동서의 두 가지 말은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형제나 주변인에 겐 거칠었지만 내게는 험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은 평범한 남편이라 믿었는데 정작 아는 게 별로 없어 당황스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