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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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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Oct 12. 2023
주말부부로 별거 아닌 별거를 한지 꼭 3년이 되던 늦여름, 남편이 집으로 올라온다는 전화를 받고 난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시동을 걸었다.
며칠 전, 남편의 뒷조사를 의뢰한 업체에서 남편과 여자가 함께 지낸다는 아파트의 주소를 넘겨받고,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여자를 만나러 가려는 것이다.
주말 부부를 하기 전, 남편에게 3년의 시간을 주겠다고 한 건 빈말이 아니었다.
가면서 그 여자가 우리를 주말부부라는 이름으로 별거를 시작하게 만든 당사자가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랬다.
다른 여자라면 한 때의 바람으로 치부하고 용서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올라올 때만 해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남편은, 그 해 겨울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텅 빈 집에서 만 3년을 지내기엔 끼니와 빨래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테니 바람이라면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나가자고 마음속에 되뇌었다.
하지만 예전의 그 여자라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이지만 건널 수밖에 없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의한 건데 이 여자, 저 여자를 단타로 만나는 것은 바람이고, 한 여자를 지속적으로 만난다면 그건 심각한 외도라고 판단했다.
어른들도 바람은 별거 아니지만 외도는 가정을 깰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고 했다.
난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 일평생 한 남자만을, 한 여자만을 바라만 보고 살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내 짝이 될 운명적인 사람을 결혼 후에 만났다고 해서 내쳐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도 생각했다.
아니 결혼제도를 이용한 기득권자의 패악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떤 상대를, 어떻게 만나는 가에 따라 눈감아 줄 것은 눈감아 주고, 떨궈야 할 것은 떨궈야 한다고 생각할 줄 아는 매정한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콩당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아파트 벨을 눌렀다.
마침 집을 내놓았던 모양인지 라 집을 보겠다고 하니 쉽게 문을 열어줘 들어갈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는 낯익은 얼굴을 보자 힘이 쫙 빠졌다.
한편으론 다시 새로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는 것에
대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까지 했다.
아이가 있는 친정으로 간다고 했던 예전의 그 여자였다.
남편은 아직도 그 여자와 헤어지지 못하고 함께 지냈던 모양이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계속.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에게 아무 말 없이 준비해 간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언제부터 함께 지내 왔는지를 육하원칙에 의해 한 줄로 쓰고, 날짜와 서명을 하라고 했다.
내가 왜 쓰라고 하는지를 여자도 짐작했나 보다.
무릎을 꿇고
조신한 조선시대 여인처럼 써내려 갔다.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보인 그 모습은, 억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 와는 확실히 달랐다.
적어도 남편이 원하는 그런 이상형(?)의 여자라는 건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메모지를 넘겨줄 때 난 그 여자에게 힘주어 말했다.
"나중에 남편이 나이가 들고 힘없고 돈 없을 때 함부로 대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아니, 세 아이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하루 세끼 따뜻한 밥은 꼭 챙겨주라'라고
부탁했다.
그건 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아마 10분 정도 걸렸을까??
누구처럼 머리채를 쥐어뜯지도 않았고, 살림살이에도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동등한 여자로 한 명은 결혼을, 한 명은 동거를 했으니 모든 것은 남편의 선택이었고, 일찍 만나 결혼한 내가 기득권 자로 남편이 말하는 사생활까지 아니 그 감정까지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파트를 나서면서 여자는 내가 왔었다는 걸 남편에게 연락했을 테니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남편도 현재 일어난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 저녁때가 되어 집에 도착했고,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저녁준비를 했다.
남편은 울그락 붉그락 하면서도 말없이 내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날 밤, 남편은 내게 할 말이 없냐 고 물었고, 난 없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일요일 밤에 내려가야 할 테지만 그날은 내려가지 않았고, 그다음 날도 내려가지 않았다.
당분간은 내려갈 생각이 없는 듯하더니 삼일 만에 내려갔다.
남편이 가던 날, 퇴근을 하면서 변호사무실에 들러 이혼소장을 썼다.
증거자료로는 여자가 적어준 메모지를 첨부했을 뿐이다.
며칠 뒤 아파트로 소장이 송달되었는지, 남편은 화를 못 참고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올라오는 중이니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다.
언젠가는 부딪칠 일이었기에 나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올라오자마자 얘기를 하자며 안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방
문을 닫는 순간, 주먹이 내 얼굴로 날아왔고 정확하게 코를 정통으로 맞혔는지 코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든 작든 살면서
두 번째 폭력인 셈이다.
제법 컸다고 고등학생 아들은 아버지를 잡았고,
잠시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소파에 앉아 화장실에서 연신 코피를 닦아내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봤다.
남들처럼 코피가 날 만큼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일이 많아 피곤에 절어도 혓바늘이 나도 며칠 지나면 땡 이었다.
그래서인지 공부나 일이 고되 코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부럽기도 했었다.
아! 코딱지를 파다가 흘린 적은 몇 번 있었다.
순수하게 맞아서 코피를 흘리는 것은 난생처음이라서 욕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문제는 딱 한 대 맞았을 뿐인데,
목젖으로 뜨겁고 비린내 나는 덩어리가 꿀렁꿀렁 넘어가는 게 느껴졌고, 코에서는 선지 같은 핏 덩어리가 계속 나왔다.
처음 본 상황에 아이들은 난리를 피웠고, 단체로 남편에게 바른 소리를 해댔다.
외할아버지댁에도 전화를 했으니 남편은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고 부모님이 도착하기 전 도망치듯 내려갔다.
다만
,
가면서 전화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면서 병원에 가 보라는 연락이 왔다. 욱해서
그런 거라면서.
나는 다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고 이런 전화를 받고 싶지도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입고 있던, 피로 물든
옷가지도 증거자료로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분명 남편은 바람이 아닌 외도를 했고, 난 남편의 본심을 알고는 그를 놓아주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나와 반평생 가까이 살았으니, 남은 반 평생은 원하는 상대와 지내라고 보내주는 것은 아내가 아닌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아! 난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다.
남편은 이런
내 맘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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