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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커피가 그리운 날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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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Nov 24. 2023
현란한 조명탄이 쏟아지면
좀비처럼 흔들거리는
땀에 절은 무리들
2박자, 4박자 리듬에 맞춰
좌우로
위아래로
45도 각도로
흩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웃음이 넘친다.
슬픔이 넘친다.
어둠이 슬며시 내리면
흐물대는 오징어처럼
물결 따라 움직이는 수초처럼
흔들린다.
꿈틀거린다.
어깨는꼿꼿하게
손은 살포 시
가슴은 1cm 떨어져야지
어깨엔 손가락 세 개
허리는
엄지 옆구리
뒤로
앞으로
옆으로
턴
세상 모든 근심은
음악에 묻어버리고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미끄러지듯
쓸고 가듯
미련을 남기지 마라
흔적을 남기지 마라
그리고
제 자리로 돌아가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설)
고딩 때 그 흔한 소개팅 한번 못해보고
대학 때는 미팅 한 번으로 졸업한
엄친아에 아친아(근엄한 아버지)로
그렇게 살아온 24년은 결혼으로 쫑나고
세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남편 몰래
룸바, 자이브, 차차, 월츠, 블루스, 지르박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후
실전으로 돌아다닌 나이트는
내겐 새로운 세상이었다.
나이트 파장인 새벽이 될 때까지
혼란과 아쉬움으로 떠돌아다닐 때
남편은 결혼 전 못한 게 안쓰럽다며
너 하고 싶은 대로 다해~~~ 선은 넘지 말고.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열심히 놀러 다닌 난 말 잘 듣는 아내였다.
십여 년을 놀다 보니 그도 시들해지고
마음먹고 시작한 자영업
옆집이
그 지역 유일한 성인관광나이트.
오늘도
둠 둠 두두 돔둠둠두두
현란한 음악이 귓전을 때린다.
잠시 옛 생각이 난다.
광란의 몸짓을 해 대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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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교육학석사
직업
자영업자
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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