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랙홀 Nov 15. 2023

바다

난 네가 무섭다.


아파도 아파하지 않고

슬퍼도 슬퍼하지 않고

소리쳐 반항이라도 해 보렴

목청껏 울어라도 보렴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그 자리에 있는


난 네가 무섭다.




 네가 부럽다.


속살을 내놔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바람에 긴 머리를 날리며

이빨로 겁박을 하는구나.

때로는 품에 감긴 기생처럼

때로는 의젓한 양반처럼

모두를 한 몸에 걸머지고 있는


난 네가 부럽다.




파도가 몰아쳐도

바람이 휘감아도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떠나가도

천년만년 그 자리를 지켜줄

너야 말로 진정한 승자로구나.

그래서 나는 네가 싫다.


네 이름 바다



(해설)


난  바다가 정말 무섭다.

황량한 수평선에

가도 가도 끝도 없고

봐도 봐도 깊이도 없는

시퍼런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더욱 무섭다.


가만히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더 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에

님이 없으면

술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할 것 같다


거대한 블루홀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바다가 난 무섭기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