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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블랙홀
Nov 26. 2023
어금니
예전엔 몰랐어
니
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제 자리에 있으니
당연한 줄 알았고
,
제 자리에 있으니
그러려니 했지
.
어느 날부터인가
주체할 수 아픔으로
원망도 했어
조그만
게 까분다고
만나면
한 대 쥐어박으려 했지
.
난
니
가 정말 미웠어
.
난생처음
병원에 갔지.
의사 샘은 그랬어
따끔만 하다고
.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내가 바보야
.
두 손
을 움켜쥐고
두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도
아픈
건 매 한 가지
.
산고보다 더 심한 고통으로
의사 샘을 째려봤지만
소용없었어
.
너를 잃고서야 깨달았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네
텅 빈자리를 보며
그
자리는 비워두려고 해
잊지 않기 위해.
사랑한다.
그리고 고마웠다.
잘 가
라
내 어금니야
(해설)
삐뚤빼뚤 못 생겼지만
충치치료
, 신경치료, 발치 한번
안 한 채
튼튼함만은 자랑했던
28개
내 이빨.
그놈의 누룽지만 와그작거리지 않았으면
,
그놈의 땅콩을 씹어먹지 않았으면
,
실 금은 가지 않았을 텐데
.
..ㅠ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치과에 갔다.
그때 처음 알았다.
없는 줄 알았던
사랑니가
네
개씩이나
숨어 있었다는 걸
수술도 아니고
발치를 하는 것뿐인데도
동의서를 쓰라고 했고
그 내용을 보니 오금이 저렸다.
실을 묶어 잡아챘던 지난날 이빨 뽑기가 얼마나 무서운 행위였는지.
마스크 속 앳된 의사샘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것도
,
따끔하다던 마취주사가 화가 나게 아팠던 것도
,
항생제 부작용이 있음을 알면서도 먹어야 한다는 것도
,
녹지 않는 실로 일주일 뒤에 다시 뽑아야 한다는 것도
,
어금니가 없으니 음식물이 겉도는 것도
,
머리에 쥐가 날 만큼 심한 스트레스로
힘들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참을성이 없는지
내가 얼마나 자발이 없는지
지난날
10대에 임플란트를 두세 개씩 한
울 집 두 녀석이 존경스럽기만 했고,
알아서 죽을 사 먹으라고 한 것이 이제야 미안했다.
유툽으로 본 부작용이 넘 무서워
살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 오는 나이를 핑계로
임플란트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금니가 남기고 간 빈 자리는 왜 그리 커 보이는지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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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하는 여자 (개정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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