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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커피가 그리운 날
뱀처럼 차가운 너
by
블랙홀
Jan 20. 2024
어릴 적 엄마는 그러셨어
.
넌 뱀처럼 차갑다고
누가 오는 것도 싫어하고
어딜 가는 것도 싫어하고
밖에 나가서 밥도 먹지 않고
어울리지도 못한다고
.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는 그러셨어
.
넌 베알도 없는 푼수 같다고
누가 오면 자고 가라 붙잡고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고
주부가 되어서도 남의 밥을 더 좋아하고
하지만 엄마
!
나이가 들수록 성격도 변하고
입 맛도 변하더라고.
예전엔 그걸 몰라서
항상 외롭고
항상 허전했
어
뱀처럼 차가운 속내를 숨기고
똬리를 틀면서 공격하지 않았던
그때가 좋았어.
(해설)
외둥이로 자라서 사회성이 부족했는지 항상 기름처럼 겉돌며 자랐다.
엄마 밥이 아니면 이모댁에 가서도, 외갓집에 가서도 숟가락만 께그작 거린다고 많이 혼났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대가족으로 출가해서는 어울림이 서툴러 시동생과 동서들에게 왕따도 당했고
툭하면 싸움을 하곤 했다. 그리고 서로를 그림자 보듯 했고.
한번 먹은 식당만 고수하고
신김치는 입에 대지도 않고
심지어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줘도 옛날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간다.
그게 얼마나 피곤한 삶인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스스로 벗어나고자 했을 때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되었고,
예전 엄마가 뱀처럼 차갑다고 꾸짖던
그때가
자
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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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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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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