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랙홀 Feb 02. 2024

소소한 하루의 진실

하루 중 가장 부담 없이 행복한 시간은

마무리하는 새벽 3시.

낮은 침대에 전기매트를 켜고.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가. 

현역가왕 투표도 하고.

브런치도 읽어보고.

유툽을 보는. 

가장 자유로운 시간. 

이 시간을 기다리려

종일 그렇게 동동거렸나 보다.



하루 중 가장부담스럽고 우울한 시간은

작을 위해 일어나는 정오 12시.

부스스한 몸에

집 나간 정신줄 돌아오라고.

커피 한 숟가락에.

설탕 한 숟가락을 듬뿍 넣고. 

완샷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갈 곳도 없고.

오라는 사람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고.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일 년 열두 달 그저

곁에 있는 뚱이가.

변함없이 보내는 그윽한 눈매에

모든 것은 다 잊어 볼 테다.





(해설)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정상적인 퇴근을 하는 그런 생활은 정말 싫었다.

가끔씩은 연가를 내고, 병가를 내고, 일탈을 해봐도

다음 날은 여지없이 오전 7시 기상에 집에 도착하면 오후 6시.

주 5일 근무라지만 주말은 주말대로 하릴없이 지나고

평상 시엔 어둑한 시간에만 개인시간이 있다는 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시간이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그런 게 인생인지 삶인지 회의감에 젖어 

친구들 열심히 일할 때 

과감히 사표를 내던지고 

제일 먼저 한 것이 낮과 밤을 바꿔 살기.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일할 나이에 일하고

놀 나이엔 놀아야 한다는 걸.

지금은 일이 그립다.

그런데 할 일이 없다. 

그저 컴퓨터에 묻혀, 휴대폰에 눈이 빠져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넘 길다는 게 슬프다.  



매거진의 이전글 뱀처럼 차가운 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