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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커피가 그리운 날
소소한 하루의 진실
by
블랙홀
Feb 2. 2024
하루 중 가장 부담 없이 행복한 시간은
마무리하는 새벽 3시.
낮은 침대에 전기매트를 켜고
.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가.
현역가왕 투표도 하고
.
브런치도
읽어보고.
유툽을 보는.
가장 자유로운 시간.
이 시간을 기다리려
종일 그렇게 동동거렸나 보다.
하루 중 가장부담스럽고 우울한 시간은
시작을 위해 일어나는 정오 12시.
부스스한 몸에
집 나간 정신줄 돌아오라고.
커피 한 숟가락에.
설탕 한 숟가락을 듬뿍 넣고.
완샷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갈 곳도 없고.
오라는 사람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고
.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
일 년 열두 달 그저
곁에 있는 뚱
이가.
변함없이 보내는 그윽한 눈매에
모든 것은 다 잊어 볼 테다.
(해설)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정상적인 퇴근을 하는 그런 생활은 정말 싫었다.
가끔씩은 연가를 내고, 병가를 내고, 일탈을 해봐도
다음 날은 여지없이 오전 7시 기상에 집에 도착하면 오후 6시.
주 5일 근무라지만 주말은 주말대로 하릴없이 지나고
평상 시엔 어둑한 시간에만 개인시간이 있다는 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시간이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그런 게 인생인지 삶인지 회의감에 젖어
친구들 열심히 일할 때
과감히 사표를 내던지고
제일 먼저 한 것이 낮과 밤을 바꿔 살기.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일할 나이에 일하고
놀 나이엔 놀아야 한다는 걸.
지금은 일이 그립다.
그런데 할 일이 없다.
그저 컴퓨터에 묻혀, 휴대폰에 눈이 빠져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넘 길다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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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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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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