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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의 소소치 못한 하루
물이 무서워
by
블랙홀
Feb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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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귀신을 안 믿어도 밤에 헤엄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짓이란다. 계곡은 돌이 많고 갑자기 깊어지는 곳 등등이 있는데 낮엔 그나마 보이기라도 하지만 밤엔 안 보여서 더 위험해진다.
우리나라에 수살귀가 많아 익사사고 난 곳에 계속 사고가 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은 홍천강, 한탄강, 한 강 등에 많이 있다고 한다. 많다는 것은 거기서 죽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바다는 깊이며 물살의 세기며 깊이를 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파도에 휩쓸리면 구조할 방법이
더
어렵단다
떨어진 지점이 파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기도 하니 범위가 넓은 만큼 발견하기도 어렵단다.
반면 떠들썩한
양ㅇ령
사건은 치밀하게 계획했음에도 강이라서 발견됐고. 전 남편을 바다에 던진 고ㅇㅇ은 시신 없는 사건으로 남지 않았나.
강보다 바다에 육식생물이 많다 보니 사라짐이 많다는 설도 있다.
비닐봉지에 돌을 매달아도 강물은 느리게 돌며 흐르다 보니 부패가 되면서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고, 육지를 따라 흐르는 게 강물이다 보니 주변인 눈에 띌 수밖에 없다ㆍ
나 있는 곳에서 700여 미터 되는 곳에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만ㅇ강이 흐른다. 출ㆍ퇴근할 때마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마른 억새사이로 질척한 뻘과 느리게 돌아가는 강물은 그
바닥이
보이는 듯해서 실망스럽다.
그래도 난 물이 무섭다.
강이 바다와 다른 점은 아침마다 피는 물안개가 있다. 바다는 그렇지 않지만 출근 길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안개는 낭만이나 운치보다는 두려운 존재였다. 마치 빨대처럼 강하게 빨아들이는ㆍㆍㆍ
종일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물안개는 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귀신처럼 사라지니 몇 년을 살았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반평생 이상을 바다를 끼고 살았다.
중학교 때까지 살았던
내
고향에는 서해안에서 가장 크다는 유명 해수욕장이 있고 해수욕장 이름도 지명이 붙어있지만 인근에 살던 난 서너 번 밖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소풍 갔을 때 한 번, 데이트하던 시절 밤바다를 보러 갔을 때 그리고 몇 번 가족들과 해산물을 먹으러 갔을 때
외는 기억에 없다.
바닷물속에 발을 담근 적도 없다. 난 움직이는 물이 무서웠으니까.
바다는 그저 두렵다. 너무 적막해서 때로는 너무 동적이라서.
철 지난 어촌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넘 쓸쓸하고 외로워서 홀아비와 과부는 죽어도 살지 못할 것 같다. 목놓아 울어도 누구 하나 신경 써주지도 달래주지도 않을 것 같아 도망치고 싶다.
난 물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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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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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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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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