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 산은 좋아?

by 블랙홀

물이 무서우면 산은 어떠냐고 묻는다면ㆍㆍㆍ산도 무섭다.

일 년 열두 달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두색에 익숙할만하면 짙푸른 녹색이 다가오고 그러다 낙엽이 지는 걸 보면 인생사가 허무하기까지 하다. 가지만 드러낸 나무사이로 북풍이 휘돌아가면 윙~~ 우는 소리까지 내니 철 지난 바닷 가의 적막함처럼 너무 외로워 견디기 힘들 것 같다.


그뿐인가! 매장풍습이 전해오던 우리나라에선 몇 발자국 지나 봉분이 있고 봉분아래는 시신이 묻혀있다는 걸 알면 무덤을 본다는 건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관리가 안된 곳은 구멍이 뚫려있거나 반은 허물어진 모습이라서 산짐승이나 뱀들이 드나들 수 있으니 무섭고, 산마다 다스리는 주신이 있어 산신령이 노하면 어떤 벌을 내릴지 모른다니 그도 무섭다.


어른 들 말씀에 산에 오르기 전 산울음이 들리는 곳은 주신이 받아주지 않는 것이니 절대 올라가면 안 된다고 했다. 산엔 목신 (오래된 거목), 산신 그리고 무덤이 많아 귀신도 많다고 했다.

무당들은 집에 우환이 생기면 산바람이 불어 그렇다고 하지 않는가!

기도 중에서도 산 기도가 가장 세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산은 혼자 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산자락 초입엔 두 평 정도의 빈집 같은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그 빈집은 상여를 보관하는 곳, 상여 집이 란다.

상여는 마을 공동용이라 사용하고 난 후 마을이 아닌 산자락에 보관하는 것은 여러 시신들을 옮기다 보니 그만큼 험한 기운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철없던 시절. 성묘 후 내려오는 길에 번 집을 들여다보고는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엉성한 판자대기로 지어 빈틈이 많아 안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컴컴한 속에 덩그머니 있는 상여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요즘엔 장례식장에서 운구차로 화장장에 가 유골함만 납골당에 모시거나, 수목장 또는 바다에 뿌리니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상여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뻥 뚫린 들판도 싫고 각박한 도시도 싫다.

그럼 어디서 살아야 하나~

굳이 고르라면 산자락 끝에 있는 마을에서 옹기종기 어울리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싶다. 대파와 쪽파도 심고, 상추와 쑥갓도 심고, 고구마와 호박도 심으며.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리 일러뒀다.

나 죽거든 1일 장으로 화장해서 산 자락 나무 밑에 유골함채 넣어달라고.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지만 몸이 흩어지는 건 싫다.


살아서는 산 자락 끝에서 살고 싶고, 죽어서는 흔들리지 않는 거목 아래 있고 싶으니 바다보다는 산이 낫다고 할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