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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수상한 대화
첫 번째 여자의 이야기(1)
첫 남자와의 동거
by
블랙홀
Apr 11. 2025
난 31살이고 남편과는 2년째 별거 중이었
어요
슬프지만 버림받은
거였고 자식은 없어요.
불면증에 시달려 어제도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밤 새 뒤척였죠.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온몸이 화닥거려서 시원한 공기를 맞고 싶다는 생각에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신선한 새벽 공기가 코 끝을 스치는 순간, 뿌연 안개구름이 마치 넓은 요를 깔아 놓은 것처럼 푹신해 보였어요. 안기면 폭 안아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난간 위로 올라갔죠. 그리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발이 떴고
참을 수 없는 후회를 했죠.
아! 이건 아닌데 난 죽으려는 게 아냐. 지금 이 상황은 뭐지?? 도와줘요. 이건 꿈일 거야. 맞아 꿈이야. 얼른 눈을 떠.....
그리고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너무 처참했어요.
사람들
의 웅성거림이 있었고, 이후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잠시 의식을 잃었었는지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몸은 으깨진 두부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머리
밖으로 우유색 주룸 관이 몽골거리며 삐져나오고 있더라고요.
피가 그렇게 예쁜 선홍색인줄 처음 알았거든요.
바로 몇 초 전과 후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했어요.
너무 험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더 놀랐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대학
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같은 과 남학생과 사귀게 되었
어
요.
공통분모가
없는 데다
한눈에 띄는 스타일이 아니라 첨엔
관심도 없었
어요.
입학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ㅇ가 교문 앞 가로수 사이에 대형플래카드를 붙여놓았더라고요.
하아~~ 이런.
'ㅇ는 ㄱ를 좋아합니다'
만난 적도 없는데, 내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저렇게 일방적일 수가 있나 싶어 처음엔 화가 났고, 그다음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어
요
사실 여중, 여고를 졸업하면서 그 흔한 소개팅한 번 하지 않았고, 교회는 물론 학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범생이었거든
요
시커먼 남학생들이 모여있으면 그 앞
을
못 지나가고 빙 돌아가거나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던 숙맥이라
같은 과 남학생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
어요.
플래카드 일이 있은 후 남학생들은 '임자 있는 사람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처럼 한결 같이 피하기 시작했고, 여학생들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라고요.
억울했어요.
ㅇ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주변을 맴돌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룩
은근히
즐기고 있더라고요.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이 점심 먹고... 하교 후엔 데이트도 하기 시작했
죠
.
흔히 말하는 썸을 타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교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커플로 소문이 났고, 담당 교수님들께도 공부는 안 하고 입학하자마자 무슨 연애질이냐고 한심하게 보셨어요. 꼰대
같으니라고.
그래선지 중간고사에서 a, b, b, b, c, c, c, d학점까지 골고루 받고는 충격이 컸어
요
.
ㅇ는 나보다 더 심했
거
든
요
.
성적이 좋아야 졸업하면 취업이 잘 될 텐데 무슨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미운오리새끼취급을
받았던 건
사실이에요.
안으로만 숨어들던 우린 더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낼 수 없을까 궁리를 하다가 결국 사고를 쳤죠.
발칙하게도
동거를 하기로 한 거
죠.
과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대학에서 3킬로 정도 걸린다는 토박이들만 산다는 지역에 자취방을 얻
고
, 최소한의 살림도구, 쌀과 밑반찬은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ㅇ집에서 가져왔어요.
우린 사촌형제라고 숨기고 살림을 시작한 건데 다 큰 사촌들이 동성도 아니면서
한
방을 쓴다고?
희한하네... 내가 봐도 웃을 거짓말이었지만 당시엔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어
요.
ㅋ
학교가 멀어 ㅇ가 집에서 가져온 자전거 꽁무니에 매달려 등. 하교를 하면서 교문 근처에서 내려 각자 시차를 두고 강의실로 들어갔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동향이 없던 나 와는 달리 ㅇ의 고향, 학교 절친들은 눈치를 채고 있었다는 걸
요
.
살림 집 근처엔 논이 많아 여름이 되니 개구리울음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고, 안채와 떨어진 -자형 사랑채엔 우리 말고도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를 뒷 바라지하는 할머니네와 읍내 직장에 다니는 아가씨가
한 집안에 살았
어
요.
중간에 있는 우리 방은 양 쪽 집과는 달리 부엌도 없어 아궁이 옆에 책상을 놓고 냄비 등을 올려놨지만 창피하지 않았어
요.
푸세식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며 우물 옆에 포장을 치고 거기에서 샤워를 해야
했고,
선풍기도
없이 찜통더위에 방문을 꼭 꼭 닫고 자야 했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다행이라면 대학생이 되니 우리 부모님도, ㅇ부모님도 찾아오지 않아 가능했고 고삐풀인 망아지처럼 날뛰어도 누구 하나 제재하는 이가 없
었
어요.
비혼주의였
지만 가끔씩은 텃밭이 있는 시골에서 맞벌이를 하며 퇴근하면 상추와 쑥갓, 풋고추를 따서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별을 함께 보는 친구처럼 살아가는 그런 결혼생활을 꿈꾸곤 했어
요
.
그 상대가 ㅇ라는 확신도 없었고 사실 ㅇ는 내겐 과분하다는 생각
을
했
거
든요.
굴곡진 내 삶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한 집안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자란 ㅇ가 부러울 때가 많았거든
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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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생각
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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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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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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