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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수상한 대화
선택 없는 출생과 죽음
by
블랙홀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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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단어 '죽음',
하지만 죽음이 뭐라고 묻는다면 선뜻 나서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유명하다는 박사도, 교수도 심지어 는 종교인도 그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니 초보 망자들은 헷갈린다.
문턱에 갔다 돌아온 이도 있다지만 그 역시 증명할 길이 없으니 말이다.
종교적으로나 또는 지역토속적적으로, 막연하게 전해 내려오는 것이라는 불분명한
예측만
할
뿐이니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죽음은 환생을 전제로 한다.
크든 작든 도움을
줬던 도움을
받았든
주변인들은 인연이란
끈으로
맺어졌다고 믿는다.
하고 많은 중에 하필이면 대한민국에서 하필이면 그 지역에서 부모와 형제의 연을 맺고,
숱한
사람
중에 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지... 만남이 은인이든 웬수 든
베풀고 케어하는 건 그만큼 내가 진 업보를
받거나
갚는 것이라 들었다.
그래서 난 우연을 믿지 않는 다.
업보를 다 갚지 못하고 간다면 다음 생엔 이 번
생까지 업보가 붙어 더 힘들어진단다.
그래서 천수대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출생이 있어야 죽음도 있는 법.
태아령들은 컴컴한 방에서 촛불을 들고 줄을 서 기다린다고 한다.
그때 촛불이 환하고 심지가 잘 타면 오래 살고, 꺼질 듯 약하면 명이 짧다고 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죽음은 이미 정해져 있다니 슬퍼할 일도 아닌 듯싶다.
순서가 되면 삼신할머니가 나가라며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 맞은 엉덩이 한쪽은 멍이 들어 푸르스름한 몽고반점으로 나타난단다.
말문이 터지기 전엔 전생을 기억하며 느닷없이 울고, 웃고, 놀라며
,
뜻 모를 옹알이를
하는
건 경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말문이 트이면서 전생에 대한 기억은 리셋되어 평범한 삶으로 살아가지만 개중에는 전생이 지워지지 않아 자기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배우지도 않은 나라의 말을
해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명은 촛불의 강ㆍ약에 따라
태어남과
동시에 설정된 것이라
갈
때는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같은 차에 타서 사고가 나도 누군 살아남아 멀쩡하거나 허망하게 가버리기도 한다.
골골거려며 천수를 다 하는 노인이 젊은 자식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때 유난히 금슬이 좋은 부부나 착하고 예쁜 짓만 하다 어린 나이에 가는 것은 전생에
내가
해악을 끼친 상대를
만나
평생
가슴에 이별의 상처와 고통을 남기려는 것이라 했다.
어떤 이는 죽으면 당연히 환생을 할 텐데 괴롭고 힘들면 '확 죽어버릴까'하는 생각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살아서 네 죄를 갚으라는 신의 뜻을 어기고, 제멋대로 뒤집어버리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단다.
죽은 후 신의 심판을 받아 다음 생을 이어야 할 텐데 고집을 피운 이는 심판을 받을 자격조차 없어 구천을 떠돈다고 했다.
구천에선 형태가 없으니 이승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살아가는 것을 봐도 참견하지도 못하고 고통을 겪는 걸 보면서도 바람처럼 떠 돈다고 했다.
배가 고파도,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닥쳐도, 느낌은 있되 형태 없이 구천을 떠 도니 춥고 배고픈 자살 귀라 한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 죽고 싶다는 이에게 말하곤 한다.
" 야~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가만히 있어도 때가 되면 죽을 텐데, 뭐 하려 힘을 써 가며 죽으려 하냐?' ' 그럴 힘 있음 딴 데 써라"
죽은 7일 동안 망자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음신으로 7일을 기다린
후 심판을 받아 천당이든 지옥이든 간다고 했다.
이때
중음
1일은 이승의 7일과 같아 7*7일이란 49제를 지내며 망자가
자신의 잘못을 뇌우치고, 신께도 망자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의식의 제를 지내는 것이란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출생과
삺.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오늘 여기 모인 8인의 망자들은 그런 생각을 해 본 이도 있고 않은 이들도 있어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죽음을 맞이할 때도
각자 달랐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이승의 7일과 같으니 오늘 밤은 상당히 긴 밤이 될 듯하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성욕에 대한 글도 있으니
19금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소설의 일부라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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