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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의 소소치 못한 하루
산 바람(2)
by
블랙홀
Mar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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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기둥이라고 자랑하던 외사촌동생이 사망한 후 외숙모는 딴 사람처럼 변했다.
노가다를 한 후 피로를 잊기 위해 마시던 한 잔술이 한 병으로 두병으로 늘어났고, 외삼촌도 뒤질세라 술로 살아간다고 엄마는 걱정했다.
마누라 잘못 만나
그렇다
며 외숙모를 못 마땅해했다.
얼마 후 엄마가 통화를 하는데 땅이 꺼져라 한 숨을 내 쉰다.
잦은 이사로 친구가 없는 엄마가 통화할 수 있는 상대는 이모들 뿐이었다.
수화기너머로 들리는 얘기는 기독교로 개종한 외삼촌댁에 벌전이 내려져서 우환이 생겼다고 믿는 외숙모는 입에 거품을 물며 외할머니를 원망했단다.
그리곤 외할머니 묘에서 가장 가까이에 사는 넷째 이모와 외삼촌의 사촌 형과 함께 외할머니를 파묘해서 그 자리에서 기름통을 붓고 화장했단다.
우째
이런 일이
엄마와 다른 이모들은 그 사달이 난 후 알게 되어 말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파묘한 다음날, 중국집을 하던 사촌할아버지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한쪽 다리를 잃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외숙모는 밥 대신 말 술을 먹으며 공사판에서 일하다 술병으로 사망했고, 외삼촌은 외숙모가
떠난
후 칩거하며 술 만 마시다 고독사했다. 삼 남매가 있었지만 지방 공장으로 알바로 떠났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단다.
외할머니를 화장하고 육 개월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 엄마와 이모들은 쉬쉬하며 또 다른 불똥이 튈까 걱정하고 있었나 보다.
그때까지도 난 외숙모가 외사촌들 교육 때문에 전ㆍ답을 팔아 도시로 갔고, 외사촌 동생이 간경화로 22살을 못 넘기고 사망한 충격으로 외숙모가 변한 줄만 알았다. 엄마는 한 번도 내게 외할머니가 당골네였다는 걸 말한 적이 없으니 모를 수밖에.
밥 솥이 공중으로 날아가고, 뻘건 배추김치가 벽에 붙었다 떨어질 정도로 피 튀기게 싸워도 아버지는 한 번도 외가 댁에 대해 입 밖에 낸 적 없었다. 철 들으니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자세히 알게 된 건 이종동생이 넷째 이모를 모시고 대학병원이 있는 울 집을 들르면서 알게 되었다.
병원을 다녀도 차도가 없는 것은 이모가 신병을 앓고 있어 그렇다고 했다.
평상시와 다름없다가 며느리만 보면 죽일 듯 달려들어 머릿 채를 잡아 패대기를 치는 바람에 이혼하게 생겼다며 이종동생은 울먹였다.
장손이라 이모를 모시고 살았지만 애 둘을 낳을 때까지 고부갈등은커녕 이웃 사는 딸보다 더 살갑게 대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돌변한 것
같다고 했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씻지도 않고 서성이며 중얼거리는 통에 딸들도 도망가고, 패대기를 당한 올케도 친정으로 도망갔단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신을 받지 않은 데다 외숙모가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딸 중 유일하게 참석 한 넷째 이모는 신병이 났다니...
병원에 입원하고 차도가 없자 이종사촌은 무병을 누르는 굿을 서 너번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언젠가부터 잠잠해졌다.
다만 사촌은 분가를 했고 인근에 살던 사촌언니가 이모를 모신 다고 했다.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때로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정신과에서는 해리성
장애라지만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막바지에 몰리면 의사는 마지막으로 찾고 싶은 종교를
가져보라고 권유했다니 알 수 없는 그 뭔가는 정말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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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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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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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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