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모시고
내려오는 산기슭으로
노을이 물들어온다.
살아생전
자식 고생시키지 않으려
가을에 떠나겠다던
그 말씀처럼
들국화 꽃 흐드러지게 핀 날
그렇게 가셨다.
산자락을 돌고 돌아 내려오는 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떨어지는 가을 낙엽이
사람 따라 날아가니
더욱 눈물이 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겨울에 가면,
엄마 때처럼 자식들이 고생한다며
당신은 볕 좋은 가을에 가시겠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5년을 요양병원에 누워계시던 엄마가 가신 후,
덩그머니 빈 집에서 혼자 지내셨다.
전기세 나온다고 침침하게 지내셨고
가스비 나온다고 한 겨울에는 이불속에서 사셨다.
입맛 없다고 맨밥을 죽으로 만들어 드시곤 했다.
암 말기가 되도록 자식들은 몰랐다.
뼈까지 전이되어 이겨낼 수 없는 아픔으로
응급실에 실려가신 날에야 알게 되었다.
자식들이 뒷바라지로 힘들까 봐 진통제로 버티신 것이다.
중환자실로 가신 삼일 째 되던 날
계기판이 0으로 내려갈 때
여윈 손을 잡고
아버지의 귀에 속삭였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둡지 않고, 춥지 않고, 배곯지 마시고
이태 전 가신 엄마랑 편히 지내세요.
길게 자란 손톱과 발톱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깎아드린지
삼일째 되던 날
그렇게 가셨다.
아버지를 모시고 산자락을 내려오던 날,
차창 밖의 시월 하늘이 너무도 아름답고
길 섶의 들국화가 너무도 흐드러지게 피어서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