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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May 05. 2022

김영택

어디를 가는 게냐

한마디 말도 없이


지는 해 길동무 삼아

훠이 훠이 잘도 가는구나


다섯 해 칼바람이

옷섶을 헤미이고

언발을 감싸 안아도


에미 손을 놓고서

훠이 훠이 잘도 가는구나


자갈 아래

모로 누워서


하늘을 지붕 삼아

흔적도 없이 숨었구나


봉분을 못 썼건만

잘도 자는구나



(해설)


내가 태어나기 다섯 해 전에

얼굴도 못 본 4살 오빠는 그렇게 떠났단다.


백일기침은 백일이 되면 낫는다며

층층시하에 있던 어린 부모는

약 한 첩 써보지도 못하고

첫아들을 그렇게 떠나보냈단다.


부모 앞에 가는 자식은 불효했다고

동네 큰길로도 못 가고

개울 옆 샛길로

이불에 말아서

아버지가 안고 가셨단다.


기찻길 옆 야산에

돌장으로 표시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돌장은 포도밭으로 변했고


새벽기차가 야산을 휘돌아가며

뿌우 뿌우 내뿜는 기적소리는

엄마를 찾는 오빠의 울음소리라고

엄마는 알려줬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만 알고 있는 오빠


어깨가 무거울 때마다 너무도 보고 싶지만


동생을 몰라서인지

너무 멀리 가버린 탓인지

꿈에도 나타나지 않아 서글프다.


사진 한 장 없어 마음속에만 그려보는

내 오빠 이름은 

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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