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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Jul 04. 2022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보편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최근 나의 해방일지를 몰아서 보았다.


누군가 '나의 아저씨'의 작가 박해영 작가님의 신작이라길래.


정말 많은 울림을 받았던 '나의 아저씨'가 생각나서


'모아서 봐야지, 몰아서 봐야지' 하고 기억에 저편 서랍에 꽂아두고는


잠시 잊고 살다가 완결이 되었다고 해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나의 아저씨'가 이선균(박동훈)과 이지은(이지안)이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면


'나의 해방일지'는 김지원(염미정) 그리고 손석구(구씨)를 필두로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이 흘러간다.



전작과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주인공들을 비추면서 시작하는데


'나의 아저씨'는 텅 비어버린 구멍을 가지고 삶을 버텨가는 지은이가 박동훈과 그 주변인들로 인해 채워지는,


뭐랄까 케어 받고 수동적인 느낌이 중심이었다면


'나의 해방일지'는 텅 비어버렸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은 채 사람들과 섞여 지내다가 어느 순간 한계점에


다 와서 '구씨'로 인해 자신의 내면을 채워가기 위해 자신을 알아가고 스스로 길을 찾는 느낌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구씨 또한 망가진 자신을, 아니 스스로를 망가트리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부족한 사람에게 끌린다. 그게 동정이던 연민이던 혹은 그 사람을 보며 자신이 위로를 받는 경우도..


'나의 아저씨'는 진짜 웰메이드 드라마로 손꼽아도 무색할 정도로 좋았고 드라마에서 치유받는 '지안'이의


모습이 좋았다.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치유받는 '미정과 구씨'가 좋았지만 사람들이 '구씨'를 좋아했던 건 아마 좀 더


부족했기에 끌리지 않았나 싶다.


해방일지 같은 경우 나는 불호에 가깝게 봤으나 각 캐릭터들의 생동감과 입체감, 개성으로 끝까지 봤다.


다들 구씨가 멋있다고 하는데 난 멋있다기보단 '참 마음이 안쓰러운(여린)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술을 늘 몸속 혈관 가득 채워 넣고 자신을 괴롭히고 망가트리는 구씨의 모습은 죄책감 그 자체로 보였다.

(잔 두 개를 놓고 마신 건... 아마 떠난 이에 대한 생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은 무엇인가 잘못되면 '남 탓을 하거나, 내 탓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구씨는 후자에 속했지만 그 감정이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며 미정이 주었던 울림과 구씨가 주었던 울림은 많은 생각의 여지를 주어서 좋았다.


어딘가의 염씨 남매와 구씨 같은 사람들에게 해방을 바라며. (+창희야 행복해라)



* 사진은 JTBC 나의 해방일지 PHOTO 에서 퍼왔습니다. (+대사는 제 입맛에 맞게 편집해서 올린 겁니다.)



 p.s 글을 쓰고 나서 보니 캐릭터가 '미정=동훈' , '구씨=지안' 같은 설정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잘못 분석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아저씨'가 어른의 시선에서 어른이 아닌 지안에게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면 '나의 해방일지'는 캐릭터 각각이 자주적으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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