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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함을 유쾌하게 타파한 영화

영화 <the help> 후기

by 첫매듭

※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사진출처: <IMDB>

헬프1.jpg 흑인여성 대부분은 가정부를 하던 시대


영화는 1960년대 초 미시시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을 뛰어넘은 여성들의 우정에 관해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캐서린 스톡켓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고 하네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조사 없이 '흑인이 차별받는 시대의 영화'정도로만 생각하고 봤는데 막상 영화를 보다 보니 괜스레 마음이 더 착잡한 게 아마 우리나라도 옛날에 비슷했던 과거가 있기에 그렇지 않나 싶더라고요.


흑인이 사람취급받지 못하던 시대에 하루 종일 일해도 고작 시급 95센트. 찾아보니 1960년 미국의 연방 최저시급은 시간당 1달러. 즉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요리, 빨래, 다림질, 장보는일, 아이돌보기까지 한마디로 만능 가사도우미였습니다.


또한 같은 화장실을 쓰는 것조차 병균이 옮을 것 같다는 심리적인 이유만으로 집 밖에 흑인전용 화장실을 만드는 등 온갖 멸시를 받던 시대였죠.


헬프4.jpg

그중 한 가사도우미인 '에이블린'은 고용주 '엘리자베스'의 자녀(메이)를 돌보며 엄마의 역할을 하는데, 친모인 엘리자베스는 산후 우울증으로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는 등 최소한의 모성애마저 보이지 않아 사실상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이(메이)를 케어해 주는 엄마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또한 아이에게 자기애를 가질 수 있도록 사랑이 가득한 말을 아끼지 않는데요.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꼬마 아씨는 친절하지요.. 꼬마 아씨는 똑똑해요.. 꼬마 아씨는 소중해요...


헬프5.jpg

하지만 주인의 한마디에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그들이었죠.


이처럼 '을'이 아닌 '정'의 위치에 있던 가정부들 중 한 명인 '미니'가 같은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당하게 되고, 이러한 부당한 일들을 묵인할 수밖에 없던 현실(불법)이었는데, 이게 얼마나 심했냐면 미시시피에는 '미시시피 소수민족 행동강령'이라는 책이 있었고, 간단히 말하자면 '백인과 흑인이 같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백인과 흑인이 동등하자고 주장하는 글을 쓸 경우 체포 및 투옥이 된다.'라는 내용도 있을뿐더러 지극히 인종차별에 앞장서는(?) 강령이었는데요.


때마침 흑인 가정부의 일상을 기사로 써내고 싶어 했던 신문사의 초짜 기자 '스키터'의 끈질긴 취재요청에 '에이블린'은 익명을 보장받아 옳지 않은 일을 당하는 흑인 가정부들의 일화를 담아내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실 가정부들의 일화를 내용으로 쓰면 당연히 고용주들과 다른 가정부들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도 얼토당토 하지 않은 제안(내부고발)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 당시 합리적인 일이 아니지만 용기 내어 취재를 시작하게 되죠.


이에 용기를 내어 같은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잘린 '미니' 또한 일화를 제공하는데 동참하게 됩니다.



헬프2.jpg

고용주에게 잘린 가정부 '미니'는 편견 없고 쾌활한 '셀리아'에게 고용되어 단순한 고용주와 근로자 관계를 넘어 좀 더 가까워지고 친밀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헬프3.jpg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시대지만 차별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지 않았을까.

사실 영화는 자그마한 '용기'에서 시작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흑인가정부들이 겪는 차별을 바라보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흑인들이 겪는 차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당하다고 제보할 수 있는 용기'

'부당한 일을 겪고 되갚아(?) 주는 용기' ← 이 부분이 정말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영화에 대해 최대한 정보를 줄이고자 했지만 영화의 매력요소들 몇 개는 살며시 적어두었습니다.


영화가 가진 따뜻한 색감과 더불어 그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또 사이다 적인 부분들이 몇몇 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상태이다. ㅡ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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