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파친코 시즌1> 후기
※ 드라마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사진출처: <IMDB>
예전부터 궁금했던 드라마 파친코 시즌1을 마침내 보게 되었습니다.
약탈과 수탈이 자행되던 우리나라의 슬픈 암흑기 시절인 일제강점기부터 시작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라 조금은 더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주인공인 선자는 그 시절에 보기 힘든 똑 부러지는 소녀로 어린 시절부터 시장에서 능숙한 흥정을 하는 등 조금은 남달랐던 아이입니다.
(이 아역배우가 귀엽기도 하고 연기가 참 맛깔나기도 해서 초반부에 집중이 잘되었네요.)
하지만 그 시절엔 지금과 달리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도 이겨낼 수 없던 때이기 때문에 어느 날 선자는 그렇게 아버지를 잃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선자가 어렸을 적 시점과 노년이 된 선자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며 노년이 되었을 적 선자의 시점에서는 손자 '솔로몬'이 주인공으로 활약합니다.
'솔로몬'의 시점에서의 스토리는 일본에서 자랐지만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이방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안쓰러운 청년입니다.
다만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점차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잊어가는 것 같아 노년의 선자가 그것을 각인시켜주기도 합니다.
사실 '솔로몬'의 스토리보다 과거 '선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토리가 너무도 흡입력이 있어 솔로몬이 나오는 부분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개인적 취향이라 솔로몬 얘기가 더 흥미로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다시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선자'의 시점으로 돌아와서 선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한수(이민호)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 시점을 기반으로 소녀였던 선자가 여인이 되고 쉽지 않은 사랑을 하고 후에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흡입력이 있습니다. (이 배역의 선자 배우님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세련되었고 어떻게 보면 촌스러운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속에 '이삭'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상처입은 '선자'는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강인한 여성이자 한 어미로서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에피소드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본에 도착한 선자가 '조선인'으로서 낯선 타국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들과 대비되어 비치는 노년의 '선자'가 뿌리의 근원을 찾으려 하는 시점들을 보며 이민자의 서글픈 시점을 잠깐이나마 엿보지 않았나 싶었네요.
주인공 '선자'이외에도 정말 배우들 연기력이 출중하고 한수(이민호) 씨가 의외로 찰떡같은 연기를 선보여서 놀랐네요.
드라마 시작 오프닝에 파친코 안에서 춤을 추는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데 이게 참으로 묘합니다.
'해학의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 흥이 넘치는 한민족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희(喜) 속에 숨겨져 있는 비(悲)를 은연중에 들어낸 것인지,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의 암울한 상황과는 다른 대비되는 오프닝에 묘하게 '한'이 서려있는 것 같은 건 제 착각일까요?
이러한 드라마를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게 참.. 좋기도 아니기도 한 게, 드라마에 이러한 자본력을 투자할만한 미국이 좋지만, 이렇게 민족의 아픔을 겪은 내용의 드라마가 한국에서 제작되었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원작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제작한 만큼 신파의 내용은 줄고 제 3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드라마 자체는 정말 '휴먼'이라 호불호가 있을 듯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담긴 내용들이 한국인들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내용들을 상기시켜 줌과 동시에 흡입력 또한 있어 저는 주관적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얘기를 적고 싶지만 드라마가 직접주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싶지 않아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오는 인터뷰 내용 중에 '슬픔 속에서 자랐어요'라는 인터뷰가 참 씁쓸했던 파친코 시즌1 후기였습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거기서 나의 정신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ㅡ 펄 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