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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Sep 26. 2023

나의 사인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최근 읽은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을 보며 참 인상 깊은

제목이자 문구라고 생각했다.


제목과는 상이하게도 내용은 일상의 그저 그런 담백한 구절들로 채워 넣었지만 

곰곰이 곱씹어보면 그 내용은 얼마나 쌉싸름하며, 아름다웠던 한 때를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담백하게 그리움을 읊었지만 '마음은 공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들은 이미 밤을 넘어선 부분이 있다 잠결이 아니라도
나는 너와 사인(死因)이 같았으면 한다

이곳에서 당신의 새벽을 추모하는 방식은 두 번 다시
새벽과 마주하지 않거나 그 마주침을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까
고민하다 잠이 드는 것

요와 홑청 이불 사이에 헤어드라이어의 더운 바람을 틀어넣으면
눅눅한 가슴을 가진 네가 그립다가 살만했던 광장(廣場)의
한때는 역시 우리의 본적과 사이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냉장고의 온도를 강냉으로 돌리고 그 방에서 살아 나왔다

내가 번듯한 날들을 모르는 것처럼 이 버튼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맥주나 음료수를 넣어두고 왜 차가워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낯빛을 여관의 방등은 곧 잘하고 있다

 “다시와, 가기만 하고 안 오면 안 돼”라고 말하던 여자의
질긴 음성은 늘 내 곁에 내근(內勤)하는 것이어서 나는
낯선 방들에서도 금세 잠드는 버릇이 있고 매번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었다.

—나의 사인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박준)



한때는 필자도 저런 적이 있었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또 그 시절을 추억하며 마음이 안정되는 그랬던 때가.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더욱 아프고 대비되는 현실에 왠지 모를

우울감이 마치 그림자처럼 발밑부터 머리까지 드리워지는 게 짧게는 몇 시간을

길게는 하루를, 아니 며칠을 잡아먹는 게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힘들지 않기로 했다.

(중략)



'무드셀라 증후군'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필자는 이게 본인얘기라고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죠. 현재를 살면서도 후회가 넘치거나 좋았던 시절을 동경하며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사람. 항상 좋은 기억만 남기려고 하는 심리를 가지는 것을 '무드셀라'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힘이 들면 위로와 행복을 멀리서 찾습니다.

'행복했던 여행지에서의 기억, 찬란했던 과거.'

물론 이러한 것들이 삶의 원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너무 깊게 빠져버리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든 평일이 있기에 주말이 달콤한 것처럼.

외근을 나가서 잠깐 숨통을 트는 것처럼.

고된 업무를 끝내고 먹는 치맥처럼.


이렇게 간단하고 가까이

위로를 받을 방법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과 불행을

늘 떠 앉고 살지 마세요.


너무 많은 스트레스가 주는 것은

고작 '정신적 피로함'과 '예민함'만 가져다줍니다.


가뜩이나 힘든 삶인데 굳이 많은 걱정을 함으로써

더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들 땐 멀리 과거까지 갈 필요 없이

현재에서 위로와 행복을 찾길 바라며,


늘 고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f you are depressed, you are living in the past, if you are anxious, you are living in the future, if you are at peace, you are living in the present.

 Lao Tzu 


만약 당신의 마음이 우울하다면, 당신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당신은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평온하다면, 당신은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다. —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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