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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Sep 19. 2023

어른아이

<나의 아저씨>  - '어른의 나침반' 같은 드라마

*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tvN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든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사가 매우 훌륭하여 다시금 곱씹고 싶은 드라마가

뭐냐고 묻는다면 몇 개 있겠지만 '나의 아저씨'가 으레 떠오르곤 한다.


한국드라마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 보통 '신파'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신파가 주가 아닌 자신의 상처를 인지하고 세밀히 들여다 봄으로써

그 과정에서 아픔을 오롯이 느끼고 또 새살이 돋아날 때까지의 과정이 너무 어둡지만

또 대견해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이 처음 볼 땐 되게 낯설고 어색했는데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고 단순한 아저씨가 아닌 키다리 아저씨가 아닐까

곱씹게 되는 드라마였다.


극 중 지안(아이유) 이를 보며 '어찌 저리 어린아이가 세상풍파를 겪으며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내려놓게 되었을까' 싶은 안타까움도 있고,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지어야 할 짐의 무게를 아늑히 넘어섬에도

묵묵히 불평불만 없이 지내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마음을 짓누르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상처투성뿐인 아이가 사람을 믿고,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임을 알게 되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또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우리조차 힐링받는 느낌이었다.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의 이야기가 주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주변인물의 이야기 또한 매력 있고 잔잔하지만 몰입감 있는 인물 간의 배분이 좋았다.

연출, ost, 스토리, 대사 등 흠잡을게 거의 없는 많은 분들의 '인생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박동훈'이 술집에서 '이지안' 에게 맥주 주는 것만 빼면)

정작 자신의 맥주는 기울여서 따르는 '박동훈'의 인성(?) - 허프포스트코리아 출처(사진)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드라마이자

'어른의 참모습'을 일깨워주는 모습이 기억에 난다.


정말 수많은 명대사가 있기에 명대사를 다 적을 순 없지만

마음에 남아있는 대사는 몇 개 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EP 11. 겸덕이 동훈을 안으며 하는 말)
'동훈: 나 죽었다 깨나도 잘 살아야겠다. 행복해야겠다. 나 못 사는 거 보면 네가 마음 아파할 거고. 그러는 너 보면 내가 또 맘 아플 거고. 그러니 내가 행복해야겠다. 그러니 잘 봐. 내가 잘 사는 것. 나는 안 무너져. 쪽팔리는 거 순간이야. 나 안 무너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지안: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EP  15. 동훈과 지안의 대화)


이 대사들을 제외하고 이따금 비슷한 대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 부분을 보며 느낀 점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해야만 결국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훈과 지안의 대화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펑펑 울었었다. (필자도 지독한 F인가 보다.)


드라마가 너무 다크 하다고만 생각이 들지 않게 중간중간 다른 인물들의 서사가

텐션을 올려주기도 하고, 철이 든 아이와 어른이 아닌 다른 철없는 어른도 있다.

(사람 개개인이 다른 것처럼 어른의 유형도 다양하게 나오기에 울다 웃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서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곳곳에 그런 어른들도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지,

작가가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 일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또 다른 이에겐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남을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는 '나쁜 어른'은 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어른' 사는 게 조금 더 번거롭고 어렵고 손해 보는 일이더라도,

꼭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욱더 생각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해

ost랑 같이 추천드리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 ost : 어른 - Sondia >



동훈: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 왔었나 보다. 다 죽어가는 나 살려 놓은 게 너야.

지안: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동훈:.. 이제 진짜 행복하자.


서로의 '선의'가 서로를 치유하는 의미가 함축된 대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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