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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Jul 18. 2022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꼰대와 어른 그 사이

어렸을 적엔 막연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유치원 때는 '만화'를 좀 더 늦게까지 보고 싶은 마음에 초등학생이 되기를.


초등학생 때는 교복을 입고 다니는 형, 누나들을 보며 어른이 되고 싶었고,


중 고등학생 때는 공부의 압박감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의 상징처럼 보이는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생, 성인이 된 후부터는 '자유'와 함께 '책임'이라는 것도 같이 딸려오게 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는데 성인이 되고서야 어릴 때 당연하다고 누렸던 것들이


새삼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렸을 적에는 기대의 총 가치량이 그리 크지 않았어서 어쩌다 한번 시켜먹는 치킨에 행복해했고,


수학여행이나 소풍 가는 전날에는 기대감에 부풀어 잠도 설쳤었고.


그랬던 것을 보면 어렸을 적의 모든 아이들은 단순하고 꾸밈없으며 많은 것이 충족되지 않아도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세상에 살았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치킨 한 마리는 일 끝나고 야식으로 먹고 싶을 때 먹고,


여행은 가고 싶은 날 잡아서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어렸을 적의 설렘과 행복감만큼은 아닌 것 같다.


등가교환이라고 했던가..


어릴 적 보단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커졌으나, 정신적인 풍요로움은 점차 작아졌고


신기했던 것들은 보편적이고 지루한 것들로 바뀌었으며 이후는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된 나는 어렸을 적 지향했던


'상대방의 입장(시선)에서 바라볼 줄 알기'

'편향된 시선이 아닌 중립적인 시선으로 사건(일)을 바라보기'

'좋은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등


이러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 아무래도 쉽지가 않다.


어렸을 적과는 다르게


내가 살면서 겪어온 경험을 바탕을 잣대로 누군가를 판단하며


내가 생각한 방식이 아닌 상대방의 다른 방식 또한 받아들이려 했던 수용의 자세는 금세 깜박깜박한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최대한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다른 이의 시선과 잣대에선 내가 '어른'일지 '꼰대'일지...



남들에게 존경받진 못하더라도 비난받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아래 세대보다 더 빨리 태어났기에, 많은 것을 배우고 아래 세대에게 물려주라는 뜻'이지


그게 권리인양 의기양양해서 자신보다 어린 세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이는 들어가는데 그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성숙해지고 익어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아직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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