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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클랑 Jun 07. 2022

내 안에 숨쉬는 리듬의 발견 (혹시 내가 박치?)

클래식 악보의 역사 (3)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할 때, 억양과 강세가 있듯이 음악에도 억양과 강세를 리듬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 표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리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리듬의 개념


처음으로 리듬을 시간의 개념으로 설명한 사람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인데요.     

그는 시간의 길이 즉, 우리가 이야기 하거나, 노래를 하거나, 걷거나 춤을 출 때 짧거나 혹은 길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리듬의 한 형태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리듬이란 단어는  „흘러가다“ 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rhythmós  (리드모스)에서 온 것으로 음악에선 흘러가는 시간적인 짜임새를 의미합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의미의 시간적 짜임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우리 몸에 흐르고 있는 심장박동, 들숨과 날숨, 비 오는 날 떨어지는 빗방울들,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과 겨울이 되면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들이 남는 이 일 년의 시간들 속에서 리듬이란 개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뛰는 우리의 심장



사계절로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이러한 개념은 시 낭송에선 목소리의 흐름에 따른 시간의 짜임새로 설명될 수 있는데요. 장음과 단음, 강세의 유무, 쉼과 빠르기가 리듬을 이루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에선 어떨까요?






리듬을 둘러싼 여러 개의 개념들



우리가 리듬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관련된 여러 개의 개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악보를 살펴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어 지는데요. 이 위에는 언제나 아주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정박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정박은 마치 시계의 초 단위, 또는 건강하게 뛰는 심장박동에 비유할 수 있죠.


음악에는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정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악보 앞에 제시된 박자표에 맞게 예를 들어4개 또는 3개 단위로 정박이 묶이게 됩니다. 만약에 4분의 4박자 안에서 4분음표를 하나의 정박으로 가정한다면,  한 마디 안에 4번의 정박이 존재하는 셈이죠. 그런데, 이 4번의 정박에는 약간의 강세가 존재합니다. 주로 첫 박이 큰 강세, 세 번째 박이 중간 강세가 오죠. 우리가 어릴 적에 들어 본 강 약 중강 약이 바로 그 것입니다.                                           

                            

악보에 써 있진 않지만 존재하는 강약 중강약


그리고 그 위에 길거나 짧은 음표들이 결합되어 멜로디가 흘러가게 되죠.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리듬을 이룹니다.  


음표는 강박에 오기도 하고 약박에 오기도 합니다.



 시간의 규칙을 알려주는 박자표!


만약에 악보 위에 있는 음표들이 박자표도 없이, 세로줄도 없이 음표가 배열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그건 마치 컴퓨터가 책을 읽어주듯이 강세와 억양없이 흘러가는 구연 동화와도 같을 겁니다.                                   그런데, 악보 위에 이렇게 세로줄을 그려 마디를 만들어 주고, 한 마디 안에 4분음표가 4개가 오는 리듬의 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악보 맨 앞에 4분의 4박자, 박자표를 그려서 시간의 규칙을 알려줘야 하는 거죠.  그리고 중간에 다른 박자표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 규칙은 음악 끝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4분의 4박자라는 규칙은 4분음표를 한 박자로 기준을 세우고, 한 마디 안에 올 수 있는 음표의 길이, 그 총합이 4가 되어야 하는 규칙 인거죠.   


  박자표의 기원


박자와 리듬을 어떻게 악보 위에 표현하는 게 좋을 지는  14세기, 중세와 르네상스를 잇는 과도기에 활발하게 의논되었는데요. 박자의 흐름을 크게 두 박자 또는 세 박자로 표기하고자 했습니다. 종교음악이 중요했던 시절이라 성경의 삼위일체론을 반영하여 세 박자 인 곡과 그렇지 않은 두 박자 이렇게 둘로 나누어 표기하고자 했죠. 바로 이렇게요.


 

 


그런데 이런 방식의 표기법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음악의 장르와 스타일이 확장되면서 박자의 흐름을 혼동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3박 또는 2박 으로 통일될 수 있는 박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4분의 3박자, 2분의 3, 8분의9, 셋 다 3박자 계열의 박자이지만, 박자가 쪼개지면 디테일한 박자가 달라집니다. 기본이 되는 박자는 세 박자이지만, 올 수 있는 기본적인 음표의 배열이 다릅니다.                        


 이런 박자들을 2박자 계열 또는 3박자 계열의 박자라는 것만 알려주게 된다면, 이런 디테일한 박자까지 알려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점차 폭 넓어지는 음악의 장르와 스타일을 악보 안에 다 담아내기 어렵죠. 그래서 17세기 무렵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형태의 박자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분수 모양의 형태로 아래에는 기준이 되는 음표, 위에는 한 마디 안에 올 수 있는 음표의 갯수, 이렇게 표기하게 되죠.  하지만, 옛날 표기 방식인 알라 세미브레브와 알라 브레브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알라 세미브레브 4분의 4박자 (위)와 알라 브레브 2분의 2박자 (아래)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리듬의 세계였는데요. 주변에서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시간들을 먼저 마음으로 느껴보면 어떨까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음악적인 순간들을 분명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참고문헌: WILHELM SEIDEL, Art. Rhythmus, Metrum, Takt in: MGG Online, hrsg. von Laurenz Lütteken, Kassel, Stuttgart, New York 2016ff., veröffentlicht August 2016, https://www.mgg-online.com/mgg/stable/11614 © 2016–2022 GbR MGG

https://www.sofatutor.com/deutsch/videos/rhythmus-definition-und-mittel

https://de.wikipedia.org/wiki/Taktang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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