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견을 담는 산문집
어느 날 몽테뉴 수상록을 처음 읽고서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아니, 몇백 년 전 저 유럽 어디 할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글을 썼다니.'
한국의 내 기억에 80년대 즈음까지만도 책은 권위가 있는 정보물이었다. 출판에도 복잡한 절차가 있었고 책이 귀하기도 했던 만큼, 그 후에 누구나 출판이 가능한 시대에 나는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책을 편하게 쓴다는 것은 아직 무언가 세상에 미안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전 사람이 이런 형식으로 썼고, 고전 중 하나라니.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책을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에 나는 내 이야기를 쓸 용기를 조금은 더 얻었던 것이다.
그 형식이 맘에 들었다.
그 수상록을 따라 하기로 했다.
번역본마다 그 형식이 좀 다르긴 하지만, 내가 처음 접한 수상록의 형식이 제일 좋다. 쓰다 보면 좀 변하겠지만 암턴 첫 마음가짐은 그렇다.
~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그의 일상과 의견을 담았는데, 가벼운 듯 소설의 첫 화면처럼 시작하다가도 자신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담겼다고 느꼈다.
내가 글을 쓰다 보면 사적으로 시작했다가도 결국 가볍지는 않은 주제와 함께 나의 의견과 주장이 담기게 되곤 하였는데, 써 놓고 보면 이게 어떠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내가 봐도 모호했다고나 할까. 그동안 문학 쪽에 딱히 관심을 갖고 있지도, 책을 많이 봐 보지도 않은 나는 문학의 형식이라던지 글의 종류에 관해서는 수능 보기 전에 배운 정도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딱 이 할아버지는 나의 글과 무게감이 비스무레한 것 같고, 그 형식을 통하여 무언가 지침서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수상록이라는 단어 말고, 그렇다고 수필 말고, 무언가 직접적으로 와닿는 우리말 없을까?
수상록이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일까?
아무래도 고전이니 수상록이라고 해도 대략 사람들이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그래도 나 같은 사람도 꽤나 있을 텐데 이 한자적 단어 말고 직감적인 단어는 없는지 문학에 연관 있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