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사이 -'사이의 시선'을 말하는 사람

한국과 독일 사이에서 살아온 경험이 나의 작업과 생각을 만들기까지

by 클라 Klarblau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나의 작업 태도와 세계관은 독일에서 형성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제품디자인을 꿈꾸었지만 한국에서는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고, 대신 독일의 Bauhaus를 알게 되면서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광고디자인을 기대하며 경영학과 마케팅을 공부했지만, 실제 사물을 만들지 않는 학문적 방식에 한계를 느끼며 다시 실질 시각적 조형적 디자인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독일어라는 언어와 문화적 지식배경과 관심을 바탕으로 독일 유학을 선택하였다.


독일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유학 경험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뒤셀도르프에서 7개월간 어학 과정을 거친 후,

Burg Giebichenstein Kunsthochschule Halle에서 Industrial design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며

특히 식문화 디자인을 주제로 졸업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물건과 삶의 관계, 음식과 일상의 구조를 디자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게 되었다.


학업 기간 동안 독일 여러 도시에서 Praktikum을 하며 다양한 디자인 현장을 경험했고,

현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독일 사회와 문화에 깊이 스며들었다.

여러 독일 친구들의 결혼식에 초대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형성된 관계들, 그리고 독일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의 교류는 나에게 유럽적 감각과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했다.


졸업 후에는 Berlin에서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며 음식과 공간, 사람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또 다른 방식으로 체험했다. 이 경험은 이후 나의 작업에서 ‘일상적인 사물과 공간’을 바라보는 중요한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디자이너라는 정체성보다 수공예술가로의 방향을 선택했다.

오랫동안 독일과 직접적인 교류 없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에서 형성된 감각과 태도가 여전히 나의 일부라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한독 네트워크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두 문화 사이에서 다시 연결점을 지으며 위안을 삼고 있다.



독일에서 경험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작업 환경, 그리고 한국에서의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두 사회의 장점과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한국과 독일 사이에서 형성된 나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두 문화 사이의 감각을 번역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Bauhaus → 산업디자인 → 일상 사물 → 재사용/관찰 작업

물건 기록, 재활용 소재 작업, 생활 관찰 작업이 사실은 굉장히 바우하우스적 태도와 이어져 있지 않나 싶다.




20대중반~30대중반. 내 인생에서 가장 파라다이스 시기였는데

이 독일 정체성을 한국에서 드러낸다는 것은 마케팅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로서

이것이 나 자신을 상품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기에 되도록 드러내지 않았다.


독일 산업디자인 교육

레스토랑 매니저 경험

한국에서 예술가로 방향 전환

생활 사물 기록 작업


그러나 한국에서의 약 10년 생활 후, 깨닫게 된 것은


“독일”은 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나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해외에서 지식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생활 환경 자체가 독일이었다.



독일 경험 → 나의 사고를 형성한 환경


두 문화 사이에서 형성된 나의 생활 감각이 작업의 출발점이지 않나 싶다.

독일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두 문화 사이의 시선’을 말하게 되고 있다.



나의 사고 특징 중 하나는 질문 방식이다.

물건을 기록 대상으로 본다

시간을 공간화해서 생각한다

소비 이후의 사물에 관심을 가진다

생활 구조를 예술적 연구 대상으로 본다

이건 사실 매우 개념적인 접근인데, 독일에서 사유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디자인과 예술', '생활과 관찰', '한국과 독일' 사이에서 작업하는 사람

디자인 교육을 받고

사물을 예술적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활 관찰형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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