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즈음부터 내 생애 처음으로 두유를 정기적으로 주문해 먹기 시작했던 때였다.
소금도 설탕도 들어있지 않은 두유 중 이것저것 맞는 제품을 찾다 보니 모 유업의 190ml 멸균팩 두유를 매번 주문하게 되었는데, 종이팩마다 빨대가 하나씩 붙어있었다.
집에서만 먹어서 굳이 빨대를 쓸 필요도 없고 원래 빨대의 느낌을 싫어해서 잘 쓰지도 않는 나에게 종이팩 두유를 마실 때마다 일일이 빨대를 떼어내야 하는 수고가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빨대 없는 제품을 찾아보았는데, 비닐팩 포장재가 아닌 이상 모든 멸균팩 (테트라팩, 안에 은박 코팅이 되어있는 종이팩)에 빨대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이 사실은 지금 어떤 많은 분들에겐 너무 당연한 놀랍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때 내겐 조금 충격이었다.
내가 시중음료를 잘 안 사 먹으므로 잘 몰랐더라 치더라도
내가 10년은 한국에 없었으므로 잘 몰랐더라 치더라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국의 모든 멸균팩에는 빨대가 붙어있다!
라는 이 공식을 서른 살 한참 넘어서야 발견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매번 빨대를 떼어낼 때마다 그냥 버리기도 뭣해서 일단 두유팩들 옆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그렇게 쌓인 빨대들은
남들 나눠주자고 나눔을 올려봐도 아무도 원하질 않고, 그걸로 뭔가를 만들어볼까 생각해 봐도 쓸모 있는 아이디어가 통 떠오르질 않았다. 나중에는 쌓이다 못해 무더기가 된 빨대들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났다.
나아가
무서워졌다.
그래서 생각했다.
'빨대가 필요 없는 소비자는 빨대 없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기업에 건의를 해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