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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 Klarblau Mar 16. 2024

가공식품에 대하여

이제 좀 줄여야 할 때 아닐까

어렸을 때, 내가 꼭 지녀야 할, 아니 생명체라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생존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의식주를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생력 기르기

어디 무인도에 떨어져도, 전쟁이 나서 폐허가 되어도,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주인공은

어떻게든 먹을 것을 알아보고 어떤 방법으로든 요리를 해 먹었고, 옷을 지어 입었고 집을 지었다. 전쟁이나 지진 같은 걸로 폐허가 되어도, 먹을 것 있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하고 어떤 식재료로도 요리를 해 먹고, 옷을 수선해 입고, 청소를 할 줄 알았다.


적어도 나는 그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식 -식재료를 분별하고 그것을 요리해먹을 줄 알기

의- 옷의 원단의 성질을 알고 수선법 알기

주- 설거지와 청소에 필요한 세제 알기, 필요한 도구나 가구 볼 줄 알고 나아가 만들 줄 알기


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식재료를 직접 키워먹게 될 것이라는, 흙집에서 소와 닭 키우는 생활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계속 도시생활을 하게 되었고, 한 때 좀 근교에서 살 수 있었다가 결국 내게 주어지는 여건은 도시생활이었다. 소와 닭과 함께하는 생활은 내가 의지적으로 내게 저절로 주어지는 환경을 탈출해야 한다. 내 성향상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편이라 더욱 그렇겠지. 아직까지는 도시텃밭이나 귀농계획을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이래저래 찾아오는 기회는 도시생활 정보가 대부분이고 이제는 아예 도심 한복판에 작업실이 생겨서

우선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기로 했다...


이러다 평생 도시민으로 살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럼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를 밟아가게 될 것 같다.



도시인으로서 식재료는 어디선가 '구매'해서 마련해야 한다. 이에 잘 '구매'할 줄 알기 위해 식재료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식물을 직접 길러먹지는 못하는 상황이고, 바다생물을 직접 잡거나 따올 상황도 아니고, 가축을 기르지도 않는 상황에서, 대부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했기에, 그 '식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가다 보니


이에 농수산물 생물 외에는 대부분 가공식품이라는 것과 마트 가공식품은 모두 화학첨가물이 들어있는데 그것들은 대량생산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사람 손으로 만든 것(수제?)은 첨가물 대부분 안 넣는데, 공장생산만큼 싸고 많이 만들 수 없다.

가공식품의 정의, 인공첨가물의 정의 등등 파고들면 좀 길어지므로 대략 이렇게만.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굶주려 죽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던 시절, 어떻게든 배를 채우고 칼로리를 낼 음식을 쉽게 싸게 많이 만들 수 있는, 그리고 그걸 방부제와 보존제 등을 이용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나아가 색료와 향료로 사실 맛없는 (그 뜻은 영양도 없다는 뜻) 음식을 맛있게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인공적 요소를 첨가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물질은 당장 인간 몸을 아프게 한다. (몸에 안 좋다 라고 표현들 한다.)

이에 이걸 먹는 사람의 몸은 반응하는데, 건강한 사람은 몸에서 이 성분과 싸워내어 내보내거나 어디 몸 한구석에 쌓아 잠재워두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몸에서 싸워 내보내지 못하니 이거 먹지 말라고 반응한다. 가공식품 1세대는 기존의 그 튼튼한 면역력으로 몸에서 금방 반응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 2세대는 부모 몸에 쌓인 첨가물과 함께 변형되어(?) 태어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점점 아토피 등의 질병을 보인다. 3세대, 4세대.. 점점 식문화와 몸 움직이는 문화가 달라지면서 외관상으로도 한국인의 종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지구도 아프게 한다.

자연에서 나는 게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만드는 물질이고, 이는 사실 지구에 필요치 않은 변형된 물질이고, 인체와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로 벌써 100년 넘게 대량생산되어 왔는데 이것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억만 년 전부터 있던 존재가 아닌 만큼 지구와 동화되어 있는 물질이 아니다.



사실 첨가물 안 들은 음식을 구할 수 있고 만들 수 있고,

이래저래 화학첨가물은 우리 인간에게 이로운 물질이 아닌데, 왜 자꾸 생산할까? 아니, 우리 소비자로서 선택의 권리가 있는 우리들은 왜 첨가물 없는 음식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 사고 있는 식품 사고 그 생산을 촉진할까?


생각해보면 한국전쟁후의 엄마아빠 어린 시절에만도 먹을 것이 귀했다고, 산에서 들에서 놀며 먹거리 찾아 먹고 하셨다.


그렇게 예전에는 음식이 없어서 화학적 변형도 좀 시켜서 가공식품으로 음식을 소비시키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럴 때에 가공식품이 많아져서 쉽게 싸게 먹을 것이 많아졌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상상이 간다.

이제 필요 없는 식품 화학 첨가물

하지만 이제 먹을 것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멈추어도 되는 때 아닌가 싶다. 아니 멈추어야 한다. 이제 음식이 한편으로 남아도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렇게 굶어죽기 싫어서 지구와 인체도 파괴하며 배불리 살고 아니 오히려 너무 배불러서 병까지 나는 상황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굶어죽기 탈출 목표는 달성, 아니 초과달성했고,  이제 파괴된 우리 몸과 지구와 땅을 원상복귀 시켜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처음 가공식품이 생겼을 때에 환호하며 그것을 구매하는 데에 익숙해진 그 1세대들은 그 시스템을 계속 물려주었고, 그 다음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세상의 식재료를 구하는 방법이 되었다. 점점 원래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나는지도 모르고 마트 가야 식재료가 생기는 세대가 되었다.

그렇게

식품첨가물 생산에 계속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데, 그게 약인지 독인지 판단할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는 인식조차 못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나는

언젠가부터

가공식품보다는 최대한 원재료를 구해고자 하게 되었다.

농산물은 최대한 농약 안 쓴 것, 수산물 축산물은 최대한 약품 안 먹인 것을 구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유기농 방향과 동물복지 방향을 찾게 된다. 대량생산의 폐해로 인한 동물학대를 생각하다보면 되도록 식물을 먹게된다. (다행히 고기음식을 딱히 안 좋아함...)


사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농약이나 항생제 같은 것 없이 식물동물을 키웠고, 대량생산이 아니라 소규모로 가족같이 키웠고

그래서 생명체는 햇님 땅님 기운과 함께 성장해 왔는데, 그래서 세상 모든 존재가 귀했고 부족했던 것인데, 그래서 인간도 부족함을 함께 겪는 것이었는데


그 부족함을 벗어나려고 자연의 섭리를 막는 방법을 써왔으니 지구가 꿈틀거리고 땅이 변하고 기후가 변하는건 당연한 것 같다.

그와 함께 너무나 당연히 사람도 아프다.

... 한 5세대 더 지나면 인간도 지구도 적응해 있겠지. 인간의 생김새는 거기에 맞게 바뀌겠고 (인류가 그때까지 멸종 안 하고 있다면), 지구는 또한 각종 플라스틱가루와 변형된 화학물질을 품고 존재하겠지.



내가 태어난 세상은 이미 이런 곳이고, 나의 환경이 이러니 이 주어진 상황을 완전 거부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선택해야 할 때에는 나는 최대한 지구의 원래 모습에 좋은 쪽으로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가공식품을 최대한 사지 않는다.

다행히도 내 몸은 많은 화학성분에 반응을 해 줘서, 분별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화학조미료 먹어도 몸이 괜찮다며 본인의 건강함(?)을 다행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화학성분이 사실 몸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몸에 좋지는 않는건 맞다. 이를 구분할 수도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게다가 그걸 사먹는 사람은 화학물질 생산을 찬성하는 투표를 하는 것인데.  


그리고 최대한 내가 요리해 먹는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최대한 땅에 가까운 식재료로. 그러면서 내 몸도 뇌도 더 움직이고, 요리법을 연구하고 살림에 신경 쓰고 그렇게 나의 순간을 채워나가고 싶다. 그런 방식으로 도시인으로서 나의 자생력을 길러가고 싶다. 근데 무인도에 떨어져도 이런 자생력은 쓸모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뜻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  

농약 없이 농사지어보려고 고생고생해서 수확해 주시는 분들, 동물에게 약 하나라도 덜 먹이고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키워보려고 애쓰는 분들. 이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원래 자연의 식재료를 이어나가고자 애쓰시는 수많은 노력들.

세상 모든 존재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이런 분들이 있기에 내가 내 의지를 조금이나마 표현할 선택지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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