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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 Klarblau May 13. 2024

접합방식에 대하여

영원하고 싶다면 공을 들여야지

두 가지 이상의 물건을 붙여야 할 경우에

나는 되도록 접착제를 쓰지 않는다.

대신 물리적 접합방식을 쓴다.


우리가 요즈음 일상에서 흔히들 '무엇을 붙인다'라고 할 때에 흔히들 스카치테이프나 본드, 글루건 같은 것을 사용한다. 이러한 화학접착제나 쌀풀과 같은 자연(?)접착제와 달리


물리적 접합방식이란

끼우기, 묶기 등의 방법을 얘기하고자 한다. 실이나 철사 같은 것으로 두 물체를 꿸 수 있고

혹은 종이나 같은 것은 중간에 홈을 파서 접어 끼운다던지...





물리적 접합방식을 쓰면

1. 이걸 어떻게 붙여야 할지 머리를 굴려야 한다. 뇌를 써야 한다. 손이 많이 쓰인다. 온몸으로 붙잡고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뇌와 육체를 사용하게 된다.


2. 나중에 떼어내려고 할 때 다시 풀어 떼어내면 된다. 일부러 풀어내려고 노력하면 대부분 이론적으로는 풀린다. 반대로, 일부러 풀려고 하지 않는 이상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3. 물리적 접합방식을 사용한 물건은 수리수선할 때에 비교적 깔끔하다. 그리고 다시 그 방식대로 조립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4. 접합을 위한 도구는 내가 굳이 새것을 사지 않아도 이미 내 주변에 많이 있다. 심지어 실, 철사 같은 것도 누군가가 안 쓰는 것들이나 버려질뻔한 것을 모아 받은 것들이 많다. 가위, 칼, 송곳, 바늘과 같은 도구는 구비해 놓으면 계속 쓰는 것들이다.





(화학)접착제를 사용하면

1. 상대적으로 편하게 물건을 붙일 수 있다. 이걸 어떻게 조립해야 할지 머리 쓸 필요가 없다.

사용 후 쓰레기가 남는 경우가 많다. 본드나 테이프는 그 케이스, 양면테이프는 심지어 그 벗겨낸 껍질...


2. 나중에 떼어져도 그 자국이 남고 심지어 자국을 없앨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테이프 뗀 자국 없애려고 고생한 경험은 인생에서 한 번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없어지면 다행이지만 별별 방법을 다 써도 안 없어지면 결국 버리고 싶거나 한 번이라도 덜 쳐다보고 싶은 물건이 되어버린다.

충격이나 온도에 접착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접착력이 강할수록 비싼 경향이 있기도 하다.


3. 수리수선할 때에, 이런 화학접착제를 사용한 물건들은 그 자국이나 접합방식이 지저분하게 느낀 경우가 많을 것이다. 떼었더니 손에 묻어 끈적이는 테이프 자국들, 이건 먼지도 쉽게 묻어서 쉽게 더러워지니 조심해야 한다. 다시 붙일 때에는 또 새 화학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

화학 접착제를 사용하면 냄새가 나고 그 성분은 인체와 환경에 좋지도 않다.


4. 화학접착제는 항상 새것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굳이 석유석탄을 새로 땅 속에서 파내는 활동에 적극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지구 표면 밑이 묻혀있어야 할 화석자원이 이미 표면 위로 꺼내져 있는 것들이 넘쳐나고, 그것만 사용하고 죽어도 충분한 세상인 것 같다.


아, 한 번 쓴 테이프를 다시 쓰기도 한다. 특히 택배상자에 이중삼중으로 돌돌 말려진 테이프는 그 접착력이 거의 그대로여서 떼어서 돌돌 어딘가에 말아놓았다가 다시 쓰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받은 스티커, 배달스티터, 택배상자송장스티커 같은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옷 먼지 떼는 용으로도 쓰기도 해서 굳이 돌돌이 기구를 살 필요도 없다.


택배상자에서 떼어 돌돌 말아놓으면 다시 쓰기에 편하다.

즉,

물건을 오래 쓰고, 고쳐 쓰는 방식의 삶에는 물리적 접합방식이 어울린다.

접착제를 사용하면 물건을 단기성으로 사용하게 유도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뇌와 육체'는 무한발달 가능한 도구라는데, 고작 몇 십 년 사는 인생동안 이 멋진 도구가 낡고 고장나서 못 쓸 때까지 사용하고 싶다. 있는 도구 활용하면 굳이 자원을 퍼 써야 할 일이 줄어들고, 내 몸과 머리도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가!


그렇게 인간이 최대한 움직이고 사는 것이, 우주의 순환원리에 따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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