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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집 구하기

뮌스터에서 집 렌트하기

아우스빌둥 계약서를 쓰고 이제 한숨을 좀 돌리나 싶었지만 넘어야 할 큰 산이 또 있었다. 바로 집 구하기!

7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했는데, 집에서부터 회사까지 편도로만 약 두 시간 거리였다.

아무래도 통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여자친구와 함께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해보기로 했고

동네 몇 군데를 직접 돌아본 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뮌스터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이사 가기로 마음을 먹고 우리는 뮌스터가 어떤 도시인지 알아보았다.


- 뮌스터는 인구수로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기도 광명시나 충남 아산시와 비슷하다.

- 규모가 꽤나 큰 뮌스터 대학교가 위치해있어서 대학도시의 느낌도 강하고 젊은 감성이 있다.

- 독일의 자전거 수도로도 유명하다. 자전거도로가 매우 잘 구축되어있고 주민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다.

- 20XX 년도에는 도시 규모대비 살기 좋은 도시에도 뽑혔다.


딱 느낌이 왔다.


"집 구하기 어렵겠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우리는 구글에 Münster Mietwohnung이라고 검색했을 때 뜨는 모든 부동산 사이트를 뒤져보았고 우리나라의 당근마켓 같은 Ebay Kleinenanzeige, 페이스북의 각종 커뮤니티(한인 커뮤니티나 뮌스터 집 구하기 그룹 등)를 돌며 뮌스터 집이 올라오는 걸 시시때때로 확인하였다.


그렇게 약 30군데 정도 메일을 보냈고 그중 여섯 군데에서 집을 보러 와도 좋다는 답장을 받았다. 그중엔 셰어하우스도 한 군데 포함되어 있었다. 하도 답장이 안 와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던 곳이었다. 3일에 걸쳐 집을 봤고 기차만 왕복 세 시간씩 총 9시간을 탔다.




첫 번째 날, 중앙역에서 버스로 약 25분이 걸리는 지역에 위치한 기숙사형 집과 중앙역 바로 근처에 있는 집을 가보았다. 월세가 가장 저렴했던 첫 번째 집은 꽤나 외곽이지만 집 주변에 큰 마트가 있다는 점과 동네의 정원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싼 월세만큼 집의 내부 상태가 나빠서 패스! 두 번째 집은 위치가 너무 좋았지만 집의 상태가 첫 번째 집보다 훨씬 좋지 못했다. 쥐든 바퀴벌레든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집의 상태와 옆 집과 공유하는 발코니... 이 집도 패스!


두 번째 날은 세 군데를 둘러봤다. 첫 번째 집은 호수 쪽에 위치한 원룸이었다. 원룸이지만 크기가 둘이 살기에 적당히 컸고 인테리어가 현대적이고 깔끔했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그래서 일단 보류하고 다음집을 방문했다. 두 번째 집은 꼭대기에 위치한 셰어하우스(독일어로 Wohngemeinschaft, 줄여서 WG)였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매우 깔끔했고 집이 상당히 컸다. 간단히 집을 둘러본 후 부엌에 앉아서 15분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쉴 땐 뭘 하는지, 취미가 뭔지, 술을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마지막 집은 운하 근처에 있는 집이었다. 일단 운하가 옆에 있어 동네가 예뻤고 아기자기 한 카페가 주변에 많았다. 느낌이 좋았다. 카펫 바닥이긴 했지만 집에 오븐과 식기세척기가 구비된 부엌도 있었고 무엇보다 집주인 대신 집을 구경시켜준 이웃이 정말 친절했다. 지금까지 본 집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날은 한 군데만 보고 왔는데 위치는 너무 좋았지만 집에서 담배를 많이 폈는지 냄새가 심했고 전체적으로 답답하고 어두운 느낌이라 썩 맘에 들진 않았다. 이 집을 보고 마음에 든 사람들이 리스트에 이름과 직업, 세후 수입을 적어두고 갔는데 안정적인 직업에 꽤나 높은 수입을 가진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리스트에 적혀있었다. 우리도 혹시 몰라 이름은 올렸지만 리스트를 보아하니 경쟁에서 밀릴 게 뻔했고 집도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이 집도 사실상 패스했다.



마지막 집을 보고 나오자마자 우리는 두 번째 날 봤던 운하 근처 집에 연락을 넣었고 계약서를 쓰기 전 심사를 위한 서류들(SCHUFA(신용정보), 통장 거래내역서, 책임보험서류, 현재 집주인 연락처 등)을 보냈다. 집주인은 우리가 받는 돈의 출처나 통장에 찍혀있는 거래 내역, 보증금 마련 등에 대해서 이것저것 깐깐하게 질문을 했다. 우리에겐 이 집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어서 심사 기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혹시 우리에게 집을 안 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만 쌓여갔다.



그러다 10일 후, 우리에게 집을 빌려주겠다는 메일이 왔다!



그렇게 한 달에 걸친 집 구하기가 잘 끝이 났고 우리는 걱정 없이 현재 집에 Kündigung (해약고지)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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