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우리는 수급자분들을
'어르신'이라 부르고,
어르신들은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지금이야 '어르신'이라는 호칭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할머니''할아버지'였다.
몇 번 지적을 받으면서 지금은 입에 붙어 버린 단어가 되어버렸다.
간혹 식당 같은 데 가서 누군가가 대화 중에
'어르신'이라는 말을 하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본다.
혹시나 그분이 중년의 여성이라면
'저분도 요양보호사일을 하시는 걸까?'라고
궁금해한다.
노인분들을 부르는 존칭이지만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아 몇 번이나 같은 실수를 하곤 했다.
그래도 나는 낫지
가끔씩 실습생들이 오는데 '아지매요', '할매요' 라고 하는
중년의 아저씨 실습생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어르신이라는 말은 아직 낯설다.
듣는 어르신도 '어르신'이라는 단어가 낯선지
자기는 어르신이 아니라고 '할머니'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그런데 또 다른 낯선 단어이며,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요양보호사를 '선생님'이라고 하는 걸까? 였다.
TV 프로그램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에서도 남자 요양보호사가 있는데
간호사들은 그를 '요보사님'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요양보호사의 줄임말일 것이다.
보호자가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도
우리끼리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도
어색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일하시는 선생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할까요?
딱히 가르치는 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그냥 보호사님이나 줄여서 요보사님이라고 불러도 되잖아요?"
선생님은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우리가 가르치는 게 없어? 우린 아주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있잖아! 선생님처럼 말이야"
그렇다. 우린 아주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식사 때마다 흘리지 않게 드시라고 숟가락 질 하는
법을 가르치고,
양치할 때도 '윗니 아랫니 깨끗이~' 라며
칫솔질을 가르치고,
걸을 때도 팔다리 힘주고 힘차게 걸으라고 가르친다.
식사 수발할 때도 '꿀꺽~'하시라고 삼키는 법까지
가르치고,
같은 방 어르신들끼리 싸우지 말라고
그러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의 것은 가져가지 않는 거라고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도록 알려준다.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이름을 쓸 때에는
같이 연필을 맞잡고 한자, 한자,
똑바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이 세 글자가 어르신 성함이라고 알려준다.
용변을 본 후에는 뒤처리하는 법까지 가르친다.
우린 아무래도 '선생님'이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