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20여 년 동안 주부로 지내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불현듯, 직장에 다니고 싶어졌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당장 이력서에 쓸 내용도
없었다. 그래도 20여 년 전엔 나름 괜찮은 직장도 다녔는데
이젠 경력단절에 나이도 많은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누군가 그랬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빠른 것이라고...
사회복지사와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상담사 자격증과, ITQ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런데, 나는 요양보호사가 되었다.
이력서에 여러 개의 자격증이 채워지고
이제 서류를 접수하고 면접을 보고 직장에 다니면
그러면 되는 건데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나이와 20여 년의 공백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자소서는 기깔나게 써났는데...
도무지 서류접수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류접수 한번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사이
아들 학교 학부모를 알게 되었는데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너무 재미있게 일을 한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교육시간과 실습 시간이
짧으니 나에게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날 당장 교육원을 검색해서 교육받고
실습도 하고 시험 보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 막상 또 일을 하려니 망설여졌다.
가장 큰 이유가 기저귀 케어 때문이었다.
비위도 약한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 해보고 안된다 싶으면 그만두자
면접을 보고 바로 삼일뒤부터
근무가 시작되었다.
면접을 봤던 국장님께서 오래 다니라고
인지 있는 어르신들 계신 건물로
배치해 주셨다.
일이 쉬울 거라고...
그런데 하루, 이틀, 삼일 일하면서
몸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도무지 대화도 되지 않고
자꾸 잊으시니 또 얘기해드려야 하고
걱정한 기저귀케어는 별로 없고
그나마 이제 갓 입사한 내가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답 또 대답 같은 말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을
해야 했다.
그러다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시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언제 돌발 행동을 하실지 몰라
항상 긴장상태였다.
요양원에서 일한 지 2주가 넘었을 때
나에게 요양보호사를 권하던 그 학부모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만나자마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원래 인지 있는 어르신들이 더 힘들어요
막무가내거든요 차라리 와상 어르신들이 더 케어가 쉬어요
현장 모르는 사람은 인지 있는 분들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그곳을 관두고 지금 이곳에 입사했을 때
간호과장님께서 인지 있는 어르신들 층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일이 쉬울 거라고 했을 때 절대 싫다고 말했다.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곳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언제 가는 층 이동으로 인지 있는 어르신들 계신 곳으로
가겠지만 지금 심정으론 계속 이일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러니 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는 많은데 그중에
30%만 일을 하나보다.
급여도 최저시급이니 말이다.
요양보호사 일도 감정노동인 거 같다.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