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안 돼요 어르신!!!!!!"
이상하리만치 한가한 평일 오후,
어르신들이 좋아하실만한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어
생활관 TV에 잠깐 집중한 사이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 걷고 있는 어르신을 발견하고
리모컨을 든 체 쏜살같이 달렸다.
"어르신~! 혼자 막 이렇게 걸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놀래서였을까? 앞뒤 설명도 없이 나도 모르게 센 말이 나온다.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르신이라
넘어질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응? 나 집에 가려고..."
또, 시작이다.
"어르신, 어르신 혼자 가실 수 없어요
집도 어딘지 모르시잖아요?
그리고 이거 꼭 갖고 다니셔야 돼요
넘어지면 큰일 나요"
어르신 뒤에 덩그러니 놓인 워크바를 어르신 앞으로 옮겨드렸다.
"내가 왜 몰러? 버스만 태워줘 봐 금방 찾아갈 수 있어"
또 이러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금 갔던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시고,
좀 전에 식사를 하셔 놓고 왜 밥 안주냐고 하시고,
본인의 성함도 나이도 모르시면서
버스만 태워주면 알아서 집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하신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시면서....
"알았어요 어르신, 그러면 방에 가서 짐 싸서 가요
어르신 짐은 갖고 가셔야 되잖아요"
"그럼 갖고 가야지 내가 돈 벌어서 사놓은 건데
누구한테도 안 줄 거야"
어르신 침대가 있는 방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금세 어르신은 좀 전의 일은 잊어버리신다.
그 짧은 거리를 걸어오는 사이에 말이다.
나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에 가신다고 고집을 부리시면
아직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모른다.
또, 오래 일하신 선생님 사이와 어르신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겠지. 그러다가 혼날 테고 말이다.
신입 요양보호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총 4개 층이 있는 요양원의 한 층에서 40여 명의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신입 요양보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