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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글쟁이 Jan 13. 2021

하룻밤 호캉스의 대가는 컸다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아싸~!

코로나 때문에 집 밖에도 못 나가

방콕만 하던 나에게 드디어 밖에 나갈 일이 생긴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이 시국에 굳이 서울까지?'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일이 있어서

가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조심해서 갔다 오면 괜찮을 거야 절대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라며 나 자신을 세뇌시켰다.

그렇다. 나는 진짜 중요한 일 때문에 가는 거니까...


KTX를 타고(창 측만 승차권이 발매되니 미리 예약을 해놓으려는데 그것도 승차권 구매일이 한참 전엔 미리 되진 않는다 아마도 일주일 단위로 예매가 되는 건지 확실하지는 않다.)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그날따라 서울 체감 온도가 영하 24도!!!

우리 집 냉동실 온도도 영하 20도인데

냉동실보다 더 춥다니...

대구도 체감온도 영하 7도였는데도 버스 타러 가는 길이 너무 추웠는데, 서울에서 얼어 죽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서울지하철이 잘 되어있으니 밖에 나갈 일이 최소한이라

그렇게 춥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서울 태생이라 그 복잡한 지하철 환승도 어렵지 않았다.


도착해서 볼일 보고 시간을 보니 저녁 먹을 시간~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맛있는 거 먹자더라 당연히 콜이지~


세상에 금박이 있는 회라니~

저녁 맛나게 먹고 다음날까지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예약한 호텔에서 호캉스 제대로 누리고

호텔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저멀리 서울타워가 보인다

다음날 또 볼일 보고 기차 타고 내려왔다.

일이 생겨 갔지만 저녁도 맛있는 거 먹고

호캉스도 누려보고 일 잘 해결(?)하고 와서

나름 기분이 좋았더랬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집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의 그 싸늘한 기분.... 설마?


그랬다. 계량기가 터졌다.

동파된 계량기

한파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구인데...

서울이 아닌데.... 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밤 사이 잠깐 안 썼을 뿐인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보다

대구에 산지 올해 19년 차인데 계량기 동파를 처음 경험했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오기 전(2월에 이사)에 관리실에서 계량기 터졌으니 집주인에게 연락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집이 비워있어서 동파가 되었나 보다 했는데 사람이 있어도 동파가 되는가 보다.


뭐~ 계량기만 교체하면 되니까 괜찮아

그런데 수도업체 열 군데를 넘게 전화했지만 당일은 안된다고 한다. 대구도 이렇게 추운 적이 없어서 다들 바쁘단다.

밥이야 배달한다 쳐도 화장실이 제일 걱정이었다. 어쩌지? 호텔에서 1박을 할까?

하루면 참으면 될 것 같아 집에 있기로 했다.

화장실 문제는 그나마 다행인 게 우리 집이 1층이라 밖에 나가면 공동 수도가 있어서

물을 퍼다 날랐다.

본인이 사용할 물은 본인이 해결하기로 하니 그날 남편은 회사 숙소로 튀었고, 아들은 금식을 선언했다.

그런데 다음날 될 줄 알았던 계량기 교체는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되었고,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두둥~~!


수도관이 얼었어요

"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팀 해빙기로 녹여야 해요 그러면 비용이

많이 나와요"

"얼마쯤 나올까요?"

"30만 원입니다"

'뜨억~~!! 30만 원'


그래도 어쩌겠나? 물이 안 나오는데...

저 작은 기계 사용이 그렇게 비싸다니...

작업 중에 경비 아저씨가 다가오셨다. 지금 아파트에 물 안 나오는 집이 많단다.

어느 집은 직접 수도관 녹이려고 전선 같은 걸로 작업하시다고 수도관까지 뚫어버렸다는 말에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동파 처리비가 35만 원이라니...

큰 경험 했다.

다음부터는 물을 조금씩 틀어놔야지...


서울 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호캉스 할 때

우리 집 수도관을 얼어가고 있었다.


하긴 내가 있었어도 얼었겠네~

이제 대구도 따뜻한 지역이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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