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Havava, Cuba

무작정 혼자 떠난 쿠바 여행

by 삼육오늘

Dec 15, 2016


이제 여행의 거의 막바지이다.

삼일 뒤면 꿈같았던 이 곳을 벗어나 현실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행은 항상 아련함을 남기고 나는 그런 아련함을 다시 만끽하기 위해 쫓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택시를 잡고 탄다.




무법자처럼 달리는 택시를 도로 한가운데에서 잡아 세우는 것도 이제는 나름 익숙해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Bettty가 적어준 쪽지를 운전기사에게 넘긴다. 나는 귀여운 초록색 올드 Jeep 뒷좌석에 올라탔고 웃음기 하나 없이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는 내가 그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쪽지를 보여달라고 손짓했다. 나는 의아해하면서 쪽지를 보여줬는데 한참 보더니 나에게 맞게 탔다고 고갯짓을 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길인데 옆좌석의 남자는 내가 이곳이 초행이라 생각했는지 자꾸 길을 설명해 주며 맞게 탔다고 안심시킨다. 물론 짧은 영어와 제스처로.. 바디랭귀지가 없었으면 진짜 어쩔 뻔했을까?



내국인은 10, 외국인인 나는 20 CUP를 내야 하기 때문에 목적지에 가까워 짐을 느끼고 내릴 준비를 위해 20 CUP 지폐를 손에 쥐고 있었다. 갑자기 그 남자가 내 돈을 달라고 하더니 휙 내 20 CUP를 낚아챘다. 갑자기 말없이 벌어져 무슨 상황인지 몰라 그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자신이 갖고 있던 10 CUP를 나에게 주더니 기사에게는 나랑 자기 것 두 명의 20 CUP라는 제스처를 하며 돈을 건넨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여행객들이 돈이 많다는 생각에 더 많은 돈을 쓰기를 원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 어쨌든 생각지 못하게 받은 낯선 사람으로 부터의 작은 배려가 아침부터 절로 미소 짓게 했다.

쿠바.. 정말 마음에 든다.





Old square (Plaza Vieja)




Old Havana를 그렇게 왔다 갔다 했는데 꼭 봐야할 광장을 이제서 마주하게되었다.

인터넷이 안된다는 이유로 핸드폰으로 맛집이나 관광지를 찾을 수도 없었고 하나 가져온 여행책자는 귀찮다는 이유로 보지 않고 무작정 걷다보니 방향치끼가 다분한 내가 갔던길만 계속 해서 빙빙 돌아 같은 것만 계속 보았던 것이다. 꼭 봐야 할 명소 중 하나인데 어떻게 그렇게 왔다 갔다 했는데도 이 곳을 이제야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광장 입구 한 구석의 디저트 카페가 유명하여 평소 자리가 많이 나지 않는 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역시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자리가 꽤 차있다. 자리가 있어 나도 잠시 앉아 점원이 추천해 준 럼들어간 밀크셰이크 같은 음료를 마시며 이 곳의 분위기를 즐겨 본다.




하바나의 탄생일인 매월 11월17일 왼쪽의 Ceibo Tree주변을 사람들이 세번 도는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Castle of the Royal Force (Castillo de la Real Fuerza)




입구에서 사진을 찍다 작은 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갔더니 작은 박물관이 나온다. 생각지 못하게 나타난 박물관에 입장을 해야할지 말지를 조금 고민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쉽게 모든 설명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 눈으로만 훑어보고 어떤 내용인지 대략 짐작만 해 보았다. 사실 박물관은 실망스러웠지만 맨 꼭대기층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꽤나 멋졌다.

어떤 직원이 혼자 온 나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따라온다. 그다지 찍고 싶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 여직원에게 괜찮다고 말하지 못해 어쩔수없이 몇 장을 찍었고 남이 들으면 안된다는 듯 나에게 속삭이듯이 돈을 요구했다. 이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 밖에 없다.





잔잔한 물결의 말레콘을 따라 강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걸었다.

물이 참으로 파랗고 맑다. 사람 많은 시내에서 잠시 조용한 이 곳에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한참을 걷다 앉아서 쉬다를 반복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고 이런저런 정보 교환도 한다. 온몸이 까맣게 그을린 칠레에서 온 남자는 혼자 3개월 동안 남미 여행 중이라고 했다. 큰 백팩 하나메고 씩씩하게 여행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보니 인생 참 멋지게 사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전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내 앞줄에 선 캐네디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들은 퀘벡에서 추위를 피해 멕시코에 비해 저렴한 이 곳에 왔다고 한다. 내가 캐나다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캐네디언을 만나면 마치 한국인을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Museum of the Revolution




여행을 가면 그곳의 박물관을 꼭 방문하는 편이다. 이 곳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박물관 대부분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랜드마크인 이 곳을 지나치기는 또 아쉬웠다. 8 CUP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고급스러운 내부의 모습. 한쪽은 여전히 보수 공사 중이라 막아 놓았지만 이 곳의 모든 건축물들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





내가 쿠바의 역사를 잘 몰라서 그런 건지 대부분의 자료들이 문서적인 것이라 그런 건지 들어가자마자 곧장 나는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체 게바라가 쿠바 사람들에게 그 어떤 존재보다 위대한 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 오기 전 쿠바 역사에 대해 훑어보고라도 올걸 하는 후회감도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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