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_눈에 담고 마음에 담는다.

무작정 혼자 떠난 쿠바 여행

by 삼육오늘

Dec 16, 2016


혼자 시작한 여행은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어 편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허전함을 주는 것 같다.

그걸 알기에 혼자 여행은 다음부터 없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면서도 다들 바쁜 생활에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지면 참지 못하고 또 혼자 떠나게 된다.



old havana의 말레콘을 경계로 반대 편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름다운 성 Morro Castle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곳까지 가려면 보통 택시를 많이 타고 가지만 택시는 많이 타봤으니 페리를 타고 가기로 했다. 택시는 흥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페리는 5 CUP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다.



다리를 중심으로 왼쪽의 배는 Casablanca로오른쪽 배는 Regla로 간다.




경쟁자 많은 창문가에 잽싸게 자리를 잡고 천천히 달리는 페리 안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다.




부두 근처 떠오른 이끼를 가득 볼 때는 Malecon이 깨끗하다는 Betty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는데 새파란 강의 색을 보니 오염되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지금처럼 이 강이 푸르름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페리로 십오분 정도 거리의 이 곳은 너무나 조용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알록달록한 컬러의 페인트가 칠해진 담이나 계단이 뭔가 정겨운 시골에 온 느낌이라고 할까..? 운동장에서 공차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서서 두리번 거리니 멀리서부터 나를 호기심 넘치게 보던 아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준다.




알려준 길을 따라 올라 가는데 길 옆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빨래가 한가득 널려있는 허름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를 생각하고 있는데 마당에서 놀던 여자 아이가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달려온다. 연신 "캔디"를 외치는 눈망울 큰 아이는 관광객들에게 간식거리를 많이 받아 본 모양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더니 가여운 눈으로 계속 캔디, 캐러멜을 외치는데 간식거리라도 좀 들고 다닐걸 이라는 생각과 함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니 거대한 예수상이 나타났다.

말레콘 건너 올드 하바나에서도 이 예수상이 보여 사실 엄청난 크기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내 기대만큼의 사이즈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드 하바나가 탁 트이게 보이는 곳을 아래로 바라보고 있는 위치에 세워진 이 예수상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이 예수상이 쿠반들을 보호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치열했던 과거 전쟁의 잔유물을 보고 있자니 평화로운 이 곳의 지금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리비안해의 아름다운 요새 Morro castle.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느긋하게 돌아보며 이 곳의 과거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미로 같은 길들을 걸어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서 하바나를 바라보자니 너무나도 평화롭다. 바람도 잔잔히 불고 조용하니 여기서 낮잠 자면 딱 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알려준 방향으로 간 곳은 자물쇠로 문이 잠겨있었다. 못쓰나 보다 하고 가려는데 허리에 열쇠를 잔뜩 찬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문을 열어주고 쓰라고 한다.

보통 쿠바는 화장실 사용할 때 돈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입장료도 내고 들어왔는데 여기도 그럴까 했더니만 역시나 화장실 입구 테이블에 딱 앉아서 돈통을 툭툭 친다. 나는 할 수 없이 갖고 있던 동전을 털어줬는데 참.. 관광객에게는 공짜 없는 나라다.





다시 돌아와 올드 하바나 거리를 걷는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올드 하바나의 거리 풍경





부식되고 낡은 벽에 그려진 벽화의 모습이 너무나 예술적이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많은 사진들을 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이 담아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길을 걷다 문이 열려있는 성당을 보고 잠시 들어가 앉았다.





정말 한 땀 한 땀 정성 들였다는 표현이 딱 맞는 이 성당은 작지만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천주교인이지만 종교인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린 나였지만 이런 성스러운 성당에 앉아있으면 모든 것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곧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것들에 대한 막막한 마음들을 추스르며 앞으로 해쳐나가야 할 모든 것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조용히 기도해 본다.




그분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셨을까??





차로 가득한 시내 한복판 멜로디를 만들며 연신 클락션을 울려대는 올드 스포츠카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이제 막 결혼한 신랑 신부가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행복 해 보이는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뭔가 선물 받은 느낌이 들어 나 역시 괜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행복하세요. 언제나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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