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혼자 떠난 쿠바 여행 일기
Dec 14, 2016
걸어서 십분 남짓한 거리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Revolution Square& Jose Marti Memorial이 위치해 있었다. 집 근처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잘 몰랐는데 큰 길가로 나가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스포츠센터도 보이고 큰 공원도, 버스터미널도 보인다. 버스터미널을 제외하고는 모든 건물 안이 한가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꼽힌다는 Revolution Square에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특별함을 찾는다면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Camilo Cienfuegos와 Che Guevara 의 일러스트 그리고 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반대편에 보이는 기념비만이 있는 곳이라 하지만 이 곳의 역사를 알고 본다면 왜 이곳이 쿠바 여행에서 꼭 봐야 할 명소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Che Guevara : "Hasta la Victoria, Siempre" (Until Victory, Always)
Camilo Cienfuegos : "Vas bien, Fidel" (You're doing fine, Fidel)
쿠바인들에게 '혁명'이라는 단어는 그들의 역사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단어 일 것이다. 스페인과 미국의 통치 아래 식민지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던 아픈 과거를 지닌 그들의 끊임없는 희생을 통해 얻은 값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길고 뾰족한 오벨리스크 모양의 기념비 꼭대기 위에는 전망대가 있다고 한다. 하바나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 해 있다는 이 기념비는 쿠바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지녔던 만큼 국가적 기념비로 공표되었다고 한다.
Jose Marti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니 광장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었다.
바람까지 불어 쿠바의 국기가 펄럭이는 게 늠름한 자세의 Jose Marti의 거대한 동상과 쿠바 혁명의 절대적인 인물들이 서로 마주 하고 있는 모든 모습이 혼합된 것이 마치 혁명에 대한 그들의 확고한 의지가 보이는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여행을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 같다. 이틀 동안 막무가내로 걸어 다녔더니 벌써부터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된 게 느껴진다. 나는 이때부터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조금 덜 보더라도 쉬엄쉬엄한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과의 소통이 제한된 곳
집에 잠시 들러 에어컨에 땀을 식히고 쉬다 나오니 재충전이 된 듯한 느낌이다. 며칠 동안 가족과 연락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인터넷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Vedado의 Calle 23로 나갔다. 우리가 손쉽게 쓸 수 있는 인터넷을 쿠바에서는 인터넷이 가능한 몇 특정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Varadero 호텔에 있을 때는 호텔 로비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덜 불편했지만 하바나에 온 이후로 인터넷과는 완전히 멀어진 세상에 살고 있었다.
쿠바의 인터넷 상황은 그저 열악한 수준이다.
어디서나 내 손 안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쿠바에서는 그런 인터넷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능력 있고 돈 있는 사람 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이 인터넷을 관리하는 통신사가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쿠바 시내에서 인터넷이 터지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선, 인터넷 사용을 위해서는 카드가 필요한데, Varadero 호텔 내에서는 2 CUC, Havana에서는 3 CUC, 그리고 호텔 내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의 경우 5 CUC(Havana Hotel Libro)이고 모든 카드는 한 시간이 기준이다.
쿠바만의 독특한 풍경 중 하나가 이러한 열악한 인터넷 환경 덕에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길 한복판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길을 가다 사람들이 몰려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면 그것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는 의미 일 것이다.
나는 이날 인터넷 카드를 사지 못했다. 보통 Calle23 이 곳에서 호객행위 식으로 사람들이 카드를 판다고 했는데 나는 그 누구도 이날 만날 수 없었다. 전에 이 길을 지나가는데 어떤 쿠반이 ‘인터넷 카드 안 필요해?’라고 물어보는 것이 난 불법행위라고 생각해서 거절했는데 Betty말로는 모두 그렇게 산다고 했다.
내 계획은 Calle23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서 여유 있게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게 하루의 계획이었으나 새 카드 구입실패로 인해 전에 바라데로에서 샀던 몇 분 안 남은 인터넷 카드로 짧은 안부 이메일만 급하게 보내고 끝내야 했다.
Coppelia
인터넷 카드 산다고 시간을 꽤 많이 지체하다 낯익은 로고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는데 여행 책자에서 추천한 아이스크림 가게인 Coppelia를 발견한 것이었다. 간판을 따라 가보니 사람들이 길게 서있는 것을 보고 설마 줄이겠어 라는 생각을 했는데 모두들 아이스크림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맞았다. 책에서도 기본적으로 라인업이 길어서 기다리는 건 감수하라고 쓰여있던 말 그대로 나는 거의 40분 정도 기다리다 테이블을 받을 수 있었다.
줄을 기다리는데 새치기하는 사람들이 생겨 한차례 큰 소리가 났다.
어떤 할머니 두 분과 아저씨가 내 앞에 있던 사람과 자연스럽게 얘기하더니 내 앞에 떡하니 서는데 분위기가 내 앞사람들과 동행한 사람들 같지 않아서 새치기면 뒤로 가라고 말했더니 별말 안 하고 내 뒤에 스윽 슨다. 그런데 다른 젊은 흑인 커플이 그 할머니 아저씨 뒤에 자연스럽게 끼면서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할머니 아저씨까지는 그냥 참는 것 같았는데 흑인 커플까지 껴 드니 난리가 났고 원래 내 뒤에 서 있던 아저씨가 잠시 일하시는 분과 말하고 있는 사이 자기 자리에 누군가가 새치기한 것을 알고 또 큰 소리 나기 시작한 것이다. 새치기 한 사람들은 오히려 자리밖에 있었으니 뒤로 가라고 노발대발하는 분위기였다. 오래 기다린 이 아저씨가 불쌍해서 ‘이 아저씨 원래 내 뒤에 서 있던 거 맞아’라고 말했으나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결국 말싸움에 져서 쓸쓸하게 맨 뒷 줄로 가야 했다.
말 논쟁이 끝 나갈 때 테이블을 받게 되었는데 이 곳은 혼자 한 테이블을 사용할 수 없는 건지 내 뒤에 새치기한 그분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주문을 하는데 처음으로 이 곳에 와서 언어적 장벽에 부딪쳤다. 난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듣겠고 그분도 내 영어를 못 알아듣고.. 주문이 더뎌지니 표정이 점점 무섭게 변해간다.
같이 앉은 아저씨가 눈치 빠르게 내 것을 대신 주문해 주시고 가격을 말해주고 싶으셨는지 자꾸 ‘신코, 신코’를 외치셨다. ‘신코?’ 이랬더니 테이블에 손가락으로 숫자 5를 쓰신다.
주문한 지 한참 돼서 엄청난 양의 아이스크림을 들고 서버가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저게 다 여기 테이블께 맞아라는 놀란 얼굴로 서버를 쳐다봤는데 나를 제외한 세 분은 세 개씩 주문을 하셨고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모두 한 사람당 기본으로 두세 개씩 주문하나 보다. 주문할 때 유일하게 알아 들어서 주문했던 오렌지와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더 주문했어야 했는데... 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공식적으로 많은 양의 종류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지만 그날 그날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은 몇 가지로 제한되어있다. 간판 로고 밑에 쓰여있던 말들이 그날 주문이 가능한 아이스크림 종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날 저녁은 Betty와 올드 하바나 대성당에서 열리는 재즈 공연을 함께 보러 가기로 했다. 해가 질 무렵 베다도 시내를 빠져나와 이제는 친숙해진 거리를 걸으며 집으로 향한다. 자주 오고 가는 길이여도 행여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이 있을까 주변을 자꾸 둘러보게 된다. 거리의 작은 상점 역시 호기심에 들어가 보지만 이 곳은 쇼핑보다는 그냥 쿠바 본연의 분위기를 감상하는 게 더 흥미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