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곳_Old Havana

무작정 혼자 떠난 쿠바 여행

by 삼육오늘



과거에 서다 (Dec13, 2016)


쿠바에서의 또 다른 아침이 왔다.

어제는 피곤한 나머지 너무 일찍 잠이 들어 버렸다. 이 곳에서의 일분일초가 소중하기에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체력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저 멀리서 느릿하게 따라 올뿐이다.

아야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아침식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오전의 날씨는 바람도 잔잔히 불어주는 게 한결 시원하고 상쾌한 것이 걸어 다니기에 괜찮다. 쿠바에 온 이후로 하루하루가 선물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보니 오늘 하루 역시 어떤 새로움과 마주하게 될지 내심 기대하게 된다.




내리자마자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것은 생각지도 못한 차이나타운이었다. 중국인들의 위력은 얼마나 대단한 걸까?



Betty가 꼼꼼하게 설명해 준 덕이 가장 컸지만 개인택시 아닌 다른 승객들과 합승해야 하는 택시를 잡아 맞는 장소에 제대로 내리자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쿠바는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는 관념이 박혀서 그랬던 걸까? 그냥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 그런 걸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언어적 장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다지 불편하게 느꼈던 것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택시의 종점이었던 올드 하바나 택시 광장.

다들 일하러 가는 걸까? 여행 온 사람들인가? 정신이 확 들 정도로 내 눈 앞에 사람도 차도 빠르게 왔다 갔다 거린다. 내가 앞으로 쿠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쿠바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사람도 아니고 차조심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시민의식을 저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운전자들의 드라이브 실력은 참으로 거칠다.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니 차가 기다려주겠지라고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곳은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곳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차를 잘 주시하고 다녀야 한다.







이곳의 건물들은 어제 본 Vedado Havana보다 더 낡고 오래됨을 확연히 알 수 있었지만 더 장식적인 느낌이다. 금세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건물과 부식된 철제 난관을 보고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참담한 모습의 건물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빈곤한 환경 속에서도 환하게 장난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현실에 짠하기도 했지만 이런 모습조차도 아름답게 보였던 건 아마도 내가 쿠바에 이미 빠져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Casa 숙박을 나타내는 오른쪽 작은 간판들은 합법적으로 허가 받고 운영하는 곳이다.



이 곳은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참으로 멋스럽다.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만을 남기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National Capitol 빌딩의 지붕을 따라가다 보면 내 눈앞에 믿기지 않게 아름다운 건물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낯익은 외관의 Capitol은 미국 국회의사당을 보고 지었을 만큼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는데 아쉽게도 몇 년 전부터 복원 공사 중이라 완벽한 모습으로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Great Theatre of Havana



그들의 시간과 노력이 고대로 느껴질 정도로 모든 건물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고풍스럽다. 보통 여행을 하면 카메라가 아닌 눈과 마음에 더 많은 장면을 담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쿠바에서 만큼은 이 아름다운 장면을 더 오랫동안 남기고 싶은 욕심에 자꾸 카메라를 들게 된다.


만남의 장소와도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곳에서 쿠바의 영웅으로 불리는 Jose Marti의 동상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잠시 쉬어 가기 위해 벤치에 앉은 나를 보고 건너편 쿠반들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내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손짓하는 걸 보니 자신들을 찍어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의 편견 아래 있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렇게 맑고 밝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갖고 있던 얄팍한 관념들을 깨트려준다.






사람들에게 반 떠밀려 가듯 걷다 보니 Obispo라는 거리로 오게 되었다. 이 거리에는 기념품 샵도 많고 고급진 상점들로 즐비해있는 쿠바에서 보기 드문 쇼핑거리로 Old Havana 내에서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헤밍웨이가 거주한 곳으로 유명한 Hotel Ambos Mundos




볼거리도 먹거리까지 많은 Obispo 거리를 걷다가 손님이 유난히 많은 빵집을 보게 되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휴식이 필요했고 어디든 사람이 많은 곳은 이유가 있다고 믿는 나이기에 그들의 맨 뒷줄에 서 본다. 먹음직해 보이는 제과들이 가격까지 저렴하니 빵순이인 나로서는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곳이었다. 스페니쉬로 적힌 제목들을 외우지 못해 스텝을 끌고 가 아이처럼 손가락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고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맛은 모두 성공적이다.





Plaza de la Catedral ( Cathedral Square)




이 곳은 어디 하나 놓칠만한 곳이 없다.

험난한 쿠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다. 넋을 잃고 길을 걷다 보니 또 다른 광장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 곳은 또 어디지?'라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낯이 익다.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대성당의 모습을 눈앞에서 바로 보게 된 것이다.



Havana Cathedral



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한 바로크 건축양식의 이 대성당은 외관에서부터 내부까지 모든 것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을 경우 출입에 제한을 받게 될 수 있는데 반바지를 입고 있던 나는 준비되어 있는 천으로 다리를 가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잠시 성당에 앉아 그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니 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San Francisco Square
The basilica and the monastery of San Francisco de Asis



Mother Teresa of Calcutta Garden




잠시 쉴 곳을 찾다 공원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간다.

작은 밀림 숲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이 곳에서 나는 작은 테레사 수녀를 만났다. 멋지고 웅장한 모습의 동상들과 다르게 평생 헌신과 봉사로 살아온 그녀의 모습처럼 작고 소박한 동상이 뭔가 짠하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나는 잠시 이곳에서 숨을 돌리며 오늘 하루동안 보았던 것들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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