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블라디보스토크 3박 4일 혼자 여행
여행 3일째..
날씨로 하루를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주 관점은 오늘의 날씨였다.
제발.. 흐리더라도 비만 오지 말아 주길...
오늘은 잠깐 도시를 벗어나 근교 등대를 보러 가려고 한다. 그다지 끌릴만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여행하자 주의인 나이지만 시내에만 있기에는 여행기간이 길었던 것 같다. 아침부터 러시안식 바비큐로 배를 채우고 막심을 불러 빨간 등대를 보러 갔다. 15분 정도 달리다 도착한 곳.
아침에는 해가 쨍쨍해서 비가 안 올 거라 생각하고 우산도 안 챙겨 왔는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 건지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그런 건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운이 나쁘면 바닷길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1미터도 안 되는 작은 폭의 길이 열렸다. 날이 맑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구름이 뭉게뭉게 져 비가 갑자기 내릴 것 같기도 했지만 탁 트인 하늘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굵은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비가 오기 전에 떠나야 할 것 같아 부리나케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외곽이라 택시도 잡히지 않고 거기다 잔돈이 없다는 걸 알아버리고 정 안되면 식당에서 기다려야겠다 생각한 찰나에 한국인 가족이 보였다. 젊은 부부와 아이 셋. 남자아이 둘과 귀여운 막내딸.
‘안되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한국인 가족에게 택시를 타야 하는데 지폐 단위가 커 혹시 잔돈을 바꿔 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돈 얘기라 이상해 보일까 고민하다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흔쾌히 기사한테 잔돈 못 받을 수 있다며 지갑, 주머니 탈탈 털어 바꿔주셨다. (감사합니다ㅜ)
우산이 없던 나와 그 가족은 빗줄기를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처마 밑에 서서 동지애? 같은 기분을 느끼며 얘기를 나눴다. 가족 배낭여행을 자주 다니시는지 비를 피해있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연신 웃으며 즐거워한다.
다행히 비는 서서히 멈췄고 점점 해가 뜨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택시를 기다리기로 했고, 그 가족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시겠다고 하셨다. 여행은 많이 걷는 거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서로를 겪려 하는 세 아이들을 보니 내가 괜히 흐뭇했다.
택시를 타고 가다 그 가족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의 손을 잡고 언덕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 가끔 여행을 하며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에 깊게 남는 경우가 있다.
태국에서 손잡고 여행하는 백발의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앙코르왓트 유적지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커플을 보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함께 평생을 함께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번 이 가족을 보며 언젠가 내가 가정을 이룬다면 이 가족처럼 직접 만들어가는 여행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해가 나더니 택시에서 내리니 한 여름처럼 더워졌다.
이렇게나 변덕스러운 날씨라니.. 그래도 모처럼 해를 보니 기분이 들뜬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역이라고 하겠지? 화장실도 이용할 겸 들어갔는데 웬걸.. 유료 화장실이라 화장실 앞 배치된 티켓부스(?)에서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다. 이런 거 보면 한국 참 서비스 하나는 최고인 나라다.
이날은 열심히 걷고 열심히 보았다.
길을 가다 프리모르스키 국립미술관이 보여 들어갔다. 나는 해외를 나가면 꼭 그 나라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간다. 박물관이라면 질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나라를 조금이라도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티켓을 구입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투어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생각보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 같다.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곳이다.
그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여행의 하루는 아쉽게도 항상 너무 빠르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