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혼자 떠난 쿠바 여행
HAVANA 도착 (Dec 12,2016)
나와 캐네디언 커플 이렇게 셋만 하바나 시티 중간에 내려졌다. 나머지 승객들은 하바나 시내 일일투어 객들이라 가이드와 함께 떠났고, 나는 한참 졸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내려야 했다. 투어 가이드는 걱정스럽다는 듯어디로 갈 건지를 물었고 난 미리 프린트해간 바우쳐를 꺼내 보여줬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가면 5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저쪽으로 가서 택시를 타라고 했다.
'하.. 어디야 여기?
정말 덥구나.. '
내리자마자 영어가 능숙한 쿠반이 다가온다. 나에게 시티투어 맵처럼 보이는 하얀 종이를 들이대더니 가격을 제시한다. 나는 숙소까지 가야 해서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하니 저기 서있는 골드색 자동차로 나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역시나 택시는 항상 25CUC부터 부르기 시작하나 보다. 여기서 숙소까지 5분밖에 안 걸린다는데 25CUC가 말이 되냐고 물었더니 15CUC라고 인심 쓰듯 말한다. 택시 5분에 15불은 캐나다보다 더 비싸 라고 말했더니 10CUC 이라고 말해서 내가 5CUC을 불렀더니 안된다고 했다. 대신에 8CUC을 해주겠다고 해서 살짝 솔깃했는데 더 싸게 해달라고 했더니 약간 귀찮다는 듯 그럼 저기 저 자전거를 타라고 한다. 자전거가 5 택시가 8. 내가 자전거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니 내가 직접 다리로 달리잖아 하는데... 아! 그건 그렇네..
뭔가 바가지 씐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실랑이를 해도 나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아까 말한 골드올드카에 올라탔다. 여기 택시는 겉만 예쁘고 안은 부서지기 일부 직전이다. 도로를 달릴 때마다 땅바닥의 충격이 카시트를 뚫고 내 몸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택시 중에 1940- 50년대 차가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미 급한 택시 기사 덕에 그 짧은 거리에서 두 번이나 차사고가 날뻔했다. 긴장감 때문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편히 앉아있을 수 없을 만큼 스릴감이 넘쳤다. 쿠반들은 느긋한 것 같은데 성미가 급하다.
분명 주소에 쓰여있는 그대로 집 근처까지 왔는데 내가 찾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택시기사와 함께 동승한 그 영어 잘하는 쿠반은 적극적으로 길 찾기에 돌입 하더니 몇 분 가량을 주민들에게 묻고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 집을 찾았다며 택시를 향해 격하게 손을 흔든다.
나의 첫 CUBAN 친구, BETTY
이 집 호스트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25살 Betty는 엄마와 할머니 이렇게 셋이서 산다. 남동생은 몇 달 전에 결혼해서 분가했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랑은 그냥 같이 안 산다고만 했다. 남동생이 썼던 방이 남아 친구의 권유로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되었고 나는 그 게스트하우스의 첫 손님이 된 것이다. 난 첫 번째 손님이라는 특권으로 가족들의 엄청난 환호와 관심을 받으며 일주일간을 머무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소중한 이유가 베티와 그의 가족 때문이었는데, 난나름 외로움을 잘 안타는 무덤덤한 감정을 소유한 사람이지만 혼자 해외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은 나에게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Betty의 영어 실력은 뛰어났다. 스페인어 제로 능력을 가진 나는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가족과의 소통은 불가능했다. 열심히 경청해서 들으면 모르는 스페인어도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을 꺼라 착각을 하며 귀를 기울였지만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항상 먹을 것을 챙겨주신 '아야' 할머니는 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지만 내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궁금한 것을 참으시는 눈치셨다. 한 번은 할머니가 나에게 형제가 있냐고 물으시는 것 같았는데 남동생 하나 있다고 손짓 발짓하는데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다. 그때 나는 내가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스페인어는 Hola(안녕), Gracias(고맙습니다), Si(네), No(아니오)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내가 "Gracias"라고 말하면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라고 첫 말을 내뱉는 것처럼 기뻐해 주셨다. Betty는 "Gracias는 그 무엇보다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말이야. 너는 가장 중요한 말을 알고 있어."
내가 혼자 여행 왔다는 것이 항상 Betty는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항상 세심하게 출근 전 나에게 메모를 남겼는데 내가 가봤으면 하는 장소나, 해야 할 것, 교통편에 관해서 행여나 바가지를 쓸까 비용에 대해서까지 꼼꼼하게 적어주었다.
쿠바는 택시 종류도 다양하고 운전기사 대부분이 영어에 서툰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잘 타야 한다. 한 번은 집 앞에서 택시 타는 법에 대해 알려 주면서 나에게 택시를 타게 되면 운전기사에게 보여 주라며 스페인어로 써진 작은 종이를 건넸다. 거기에는 내가 머무는 집 위치가 어디고 어디쯤에서 나를 내려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할 때마다 1달러도 체 안 되는 (20 CUP) 택시를 세우고 아무 말 없이 그 쪽지를 운전기사에게 넘겨줬다. 누가 봐도 외국인인 내가 다짜고짜 쪽지를 건네면 도로 위에 무법자처럼 달리던 그들도 세상 진지하게 읽어 내려간다. 심지어 운전석 옆에 탄 손님들도 쪽지 내용이 궁금한 듯 같이 읽고 맞게 탔다며 안심하라는 듯 내리기 전까지 짧은 영어로 말해준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내려주었다.
쿠바 여행하면서 택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았다. 스페인어 제로 능력과 여행정보에 대한 무지로 일단 사람들에게 물어보자로 일관했었는데 다행히 위험한 일을 겪기보다는 오히려 재밌는 일들이 더 많았다. 미리 완벽하게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무작정 시작하는 것도 꽤 매력 있는 여행인 것 같다. 만약 평소처럼 인터넷이 잘 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나는 사람보다 온라인에 정보에 더 의존했었을 것이다. 인터넷과 거리가 먼 쿠바에 온 이상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사람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