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사람은 창작을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사회에 위협이 돼." –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 중에서
라자 카포타 아사나 자화상
수업 전에 카페에서 하는 열두 번째 명상이다. 오늘 눈 영양제를 깜빡하고 안 먹었더니 눈이 조금 뻑뻑했다. 최저 기온이 영하 9도여서 건물마다 난방이 풀가동 중이라 더욱 눈을 건조하게 했다. 명상을 마치고 그대로 눈요가를 했다. 눈을 감은채 손바닥에 열을 내어 눈앞에 대고 눈을 좌우로, 위아래로, 왼쪽, 오른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오늘처럼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수업이 있는 날, 뻐근한 천골과 더불어 가장 고통받는 부위 중 하나가 두 눈임을 새삼 느꼈다. 이동하거나 이렇게 밖에 있을 때 주로 폰으로 글을 쓰고 글을 안 쓸 때는 요즘 재미 들린 EBS '집' 또는 '한국기행'을 폰의 작은 액정으로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니 눈이 피로해지는 건 당연하다. 다행히 아직 안구건조증이 생긴 건 아니지만 좀더 눈의 건강을 신경 써야겠다고 느꼈다.
한편 이번달엔 임시적으로 스케줄이 조금 여유롭게 바뀌면서 적응이 잘 될까 싶었는데 더없이 잘 되고 있다. 쉬는 날엔 몇 시간씩 명상 일기에 넣을 그림을 그리고, 랩탑으로 일주일 동안 써둔 글들을 모아 정리하느라 오히려 더 바쁘다. 그러나 이건 행복한 분주함이다. 관련해서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의 대사가 떠오른다. 오래전에 건축가 일을 그만두고 사람들을 기피하지만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고 이웃과의 사소한 갈등이 점점 커지는 주인공에게 옛 친구가 찾아와서 해준 말이다. "너 같은 사람은 창작을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사회에 위협이 돼(People like you must create. Otherwise, you become a menace to the society)." 영어 대사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랬던 것 같다.
그렇다.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쓰는 것이야말로 한 존재의 웰빙을(더 나아가 주변 사람과 사회의 평화까지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