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떨어지는 꽃잎에 기도한다

옛사람들이 별똥별에 소원을 빌듯

by 김경리

옛사람들이 별똥별에 소원을 빌듯
나는 봄비에 떨어지는 꽃잎에 기도한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꽃은
별보다 가깝고 숨보다는 멀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내리는 꽃잎을 본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둘 지며 어느새
길 아래로 펼쳐놓은 봄의 은하수를

젖은 신발 따위야 아무래도 좋으니
눈부시게 작별하는 꽃을 향해 기도한다

부디 오늘을 견디고
다가오는 날들을 버텨낼 용기를 달라고

그래서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는 날,
조금 더 자란 가지 끝에서
너를 보기 위해서라도

그런 이유라도 좋으니
이 땅 위에 걸어갈 의미를 주기를

우리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기를

나는 떨어지는 꽃잎에 기도한다

이전 02화나를 살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