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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Apr 17. 2020

<그린북>차별이 칼이 될 때

"난 평생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아?"




완벽한 품격! 천재 뮤지션 vs 원칙보다 꼼수! 다혈질 운전기사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는 토니 발레롱가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흑인들에게 위험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미국 남부 투어를 함께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흑인에게 쏟아지는 인종차별, 인간의 이중성을 그리며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과 용기를 담고 있다.


왜? 그린북인가?: 절박함을 컬러에 담다.

영화 <그린북>은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에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상황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노예로서는 해방이 되었지만 사회에서 다른 형태로 노예로 남아 있는 잔인한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 1962년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시절, 흑인들은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그린북'을 제작한다. 흑인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가드이북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그린북'은 흑인들의 절박함을 컬러로 세상에 외친 부산물이며 아픈 역사이다.  


차별을 경험하다


"난 평생을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아"


"폭력으로 이길 수 없어,

 자존감을 지키는 게 이기는 거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토니. 그는 잔머리로 사기를 쳐 돈을 벌고 다혈질 성격으로 다툼이 잦다. 그리고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다.  자신의 집 주방 싱크대를 수리하러 온 사람들이 마신 컵을 바퀴벌레를 대하듯 혐오스럽게 쓰레기통에 쳐 넣는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운전기사로 음악 투어를 떠나면서 토니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인종차별의 아픔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운전기사로서 뒷좌석에 흑인이 타 있는 상황을 사람들이 보면서 비웃는 사람들에게 과감히 가운데 손가락으로 응수한다. 셜리는 연주를 위해 초대받았지만 초대받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못하고 화장실도 흑인 전용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한다. 숙소는 허름한 모텔만 밖에 이용할 수 없는 흑인들의 현실을 경험한 다혈진 토니는 점차 분노로 가득하게 된다. 운전기사로 생계를 위해 돈 셜리와 동행을 했지만 그들의 여정에서 토니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인종차별에 충격을 받고 조금씩 잘못된 인식을 아프게 받아들이게 된다. 토니는 폭력을 당하던 셜리를 구하지만 셜리는 담담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난 평생을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당신은 하룻밤도 못 참아"

토니는 셜리와 동행함으로써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을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토니가 애초부터 인종차별주의자였는지 당시 시대적 상황이 보편적으로 그래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랜 시간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문화에서의 삶은 차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물이었다. 즉, 차별은 오랜 시간 함께 내재되었던 태도의 문제였던 것이다. 


우아함으로 포장한 위선자들을 위한 이중주


"다 여기서 밥을 먹는데

 공연의 주인공은 안된다고?"


백인들은 돈 셜리의 연주를 듣기 위해 초청을 한다. 고급 백인클럽에서 고급 음식을 먹으며 우아한 옷차림으로 연주를 듣는 백인들. 연주를 위해 도착한 클럽에서 차는 VIP 구역에 주차하지만 정작 주인공의 무대의상 환복 대기실은 허름한 창고이다. 무대 주인공인 셜리는 같은 공간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며 지배인은 돈을 내주며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할 것을 종용한다. 보수의 50%를 포기하며 공연을 포기한 셜리와 토니는 허름한 흑인 클럽 오렌지 버드로 들어간다. 셜리는 클럽에서 낡아빠진 피아노 앞에서 백인들 앞에서 연주하지 못했던 곡을 연주하고 즉흥 연주로 클럽을 파티장으로 만든다. 우아함으로 포장하였지만 위선으로 가득한 백인들 앞에서 차별의 고통을 차갑게 연주하던 셜리의 연주와는 다른 이중주이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전진한다.

영화는 미국에서 만연했던 각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린북>은 처절하게 살기 위해 자신들을 보호해야만 했던 흑인들의 인권을 '그린북'에 담았던 역사를 우리에게 전한다. 두 사람이 남부 지방으로 더 들어갈수록 심해지는 차별을 함께 온몸으로 받으며 처절하게 느끼는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차별을 겪을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셜리를 토니는 이해하지 못하며 함께 공연하는 세션 올레그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어떻게 저렇게 웃으며 악수를 할 수가 있지? 올레그는 이렇게 말해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차별이 칼이 될 때


"충분히 흑인 답지도 않고, 

 충분히 백인 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사회 계층 맨 마지막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흑인들과 다르게 부유한 삶을 살고 있던 셜리. 남부 마을 어디에선가 자동차가 고장으로 내려 있을 때 따가운 햇볕에서 힘들게 일하는 흑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셜리는 가슴 아파한다.  비가 처절하게 내리는 차 안에서 토니는 밑바닥부터 살아온 자신이 더 흑인에 가깝다며 말을 한다. 토니의 말에 흥분한 셜리는 차에 내려 애절하게 토해내며 말한다. "충분히 흑인 답지도 않고, 충분히 백인 답지도 안 나면, 그럼 난 뭐죠?" 

가난한 흑인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셜리는 흑인 사회에서도 이방인 것이다. 성공한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지만 흑인이 셜리에게 차별은 양극의 존재에서 혼란을 느끼게 되는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 그의 대사는 그 처절한 마음을 세상에 외치는 메아리로 들린다. <그린북>은 우리에게 말한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는지..  생각 없는 태도와 말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칼을 휘두르게 된다. 차별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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