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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May 11. 2020

<her>우리가 외로운 이유

서툰 당신을 안아줄게


<her> 인간의 외로움을 여실히 드러내 준 영화

가끔이 이상하게 외롭다는 감정이 스펀지처럼 적셔오는 때가 있다.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연결되는 세상이다. 그렇게 쉽게 우리는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계는 깊고 오래가지 않는다. 쉽게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으며 또한 쉽게 누구와 끊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듯 혼자인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쉼 없이 빠르게만 변해가고, 우리는 그 세상 속 관계에 적응하려 부단히도 애쓴다. 세상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환경과 어려운 관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외롭다. 인간의 외로움을 여실히 드러내 준 영화, 너무나 공감되어 더 외로웠던 영화. 영화 <her>는 단절된 현대 사회에서의 소통, 존재, 관계, 진정한 사랑에 대해 차갑지만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외로운 '우리'

"사만다 당신에게는 어떤 것이든 다 말해도 괜찮을 거 같아

 그냥 외로워서 그런 건가?"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대신 써 주는 일을 하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를 하고 이혼을 요구받는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난다. 인공지능 '사만다'는 몇 가지 고객의 니즈에 맞게 설정 후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사만다'에게 '테오도르'의 말을 귀 기울이며 이해해 준다. 상처를 조금씩 회복하고 '사만다'로 인해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어느새 그녀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결혼이 끝났다는 현실로부터 자신을 격리한다. 외로움으로 고립된 그가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마음을 준 이유는 아내 캐서린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 때문이다. 사만다는 고객에게 최적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상대가 외로울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상대를 이해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테오도르는 언제든 마음의 안식처인 사만다와 쉽게 마주한다. 사만다는 좋은 친구이자 연인으로 테오드로의 곁을 지킨다. 


감정과 관계에 서툰 '우리'

"진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짠하기는 하네..

 당신은 서로 고민하고 맞춰가기보단 애초부터 잘 맞는 아내를 원했지 

 제대로 찾은 것 같네"


테오도르는 아내 캐서린과 만나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는 테오도르에게 캐서린은 진짜 감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며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진짜 감정이란 상대방과 겪는 갈등이다. 캐서린은 여전히 자신의 방식으로만 갈등을 회피하는 사랑만을 하고 있는 테오도르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렇다 테오도르는 감정과 관계에도 서툴다.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하는 테오도르, 영화에서 그는 원색 컬러 옷만을 입는다. 원색 옷은 테오도르의 개성과 자신만의 갇힌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인공지능 사만다는 점차 업그레이드되어 테오도르만을 위한 존재가 아닌 다양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진화한다. 사만다와의 특별한 관계로 사랑에 빠졌던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다른 사랑에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떠나게 되고 자신에 틀에 맞춘 사랑을 했던 테오도르는 자신의 지난 모습을 뒤돌아 보며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테오도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

 (사만다) 난 당신 것이면서 당신 것이 아니야"


우리가 외로운 이유

우리는 관계 속에서 외로움과 동행한다. SNS로 쉽게 인연을 맺고 끊기도 하며 나를 되돌아보기보단 남을 원망하며 스스로 위로를 건넨다. 기술 발달로 인간은 더 외로움의 동굴로 들어간다. SNS에서 관계를 찾아 서핑하며 나를 애정으로 바라봐 줄 애완동물 등에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외로움을 묻어 버린다. 테오도르도 관계로 인한 상처로 외롭고 아프다. 테오도르는 자신에 감정에 맞게 세팅된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위안을 받는다.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마음의 안식처였다. 어쩌면 우리가 외로운 이유는 관계를 쇼핑하듯이 내 입맛에 맞는 쉬운 대상만을 찾는 것은 아닐까?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식을 뱉어내는 것처럼..


서툰 당신을 안아줄게요

(테오도르) 사실 내가 만나는 사만다. 실은  인공지능이야

(에이미)   인공지능랑 사귀는 건 어떤 느낌인데? 사랑에 빠진 거야?" 

(테오도르) 나 미친 거 같지?

(에이미)   아니.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미치게 돼! 사랑이란 게 원래 그래

              뭐랄까.. 공공연히 허락된 미친 짓이거든

사만다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하는 테오도르에게 친구 에이미는 인공지능과 사귀는 건 어떤 느낌인지, 사랑에 빠진 거냐며 선입견 없이 묻고 그를 이해한다. 자신만의 색깔로 세상과 이별 속에 지내던 테오도르는 에이미의 포옹을 통해 진짜 사랑과 마주하게 된다. 관계 속에서 외로운 '우리', 서툰 관계 속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그 사람 그대로 수용하며 안아 줄 수 있는 용기이다. 우리도 테오도르처럼 나를 알아주는 그런 맞춤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외로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줄이는 것이다. 관계에서 나를 넓히는 건 줄 알았는데 관계는 그 마음을 잘 좁히는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방법을 만나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 테오도르는 그동안 즐겨 입던 원색 옷 대신 하얀색 옷을 입고 등장한다. 하얀색은 자신만의 컬러에서 벗어나 다양함을 수용할 수 있는 테오도르로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 테오도르가 진짜 사랑을 만나며 캐서린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당신을 탓했던 모든 것, 당신을 내 틀에 맞추려고 했던 거 모두 다. 정말 미안해

난 항상 사랑할 거야. 우린 함께 성장했으니까

당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되었어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 속에는 당신이 한 조각 있고

그리고 난 그게 너무 고마워

네가 어떤 사람이 되건

네가 세상 어디에 있건

사랑을 보낼게

넌 언제까지나 내 친구야

사랑을 보내며, 테오드르

Send"


테오도르는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이 주체가 되는 성숙한 사랑을..

깜깜한 밤을 밀어내고 밝게 빛나는 새벽빛처럼..

사랑에 이유 따윈 필요 없음을 깨달았어 
나 자신과 내 감정을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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