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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Apr 22. 2020

코로나에 발도르프 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법

마음을 잇다

학교 가고 싶어요!

"엄마.. 학교 언제 갈 수 있어요?"

"또.. 못가는 거야.."

"선생님, 친구들 너무 보고 싶은데.."

내 아이는 학교를 느므느므 사랑한다.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선생님이 최고이며, 친구들하고 함께 있는 시간을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 좋아한다. (이 기적 같은 일을 좋아해야 할지...) 그런 아이가 강제 격리 4개월을 보내고 있다.  겨울방학 후 짧은 1주일간의 학교생활 후 코로나19로 학부모 학생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에 발도르프 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법

일반학교는 온라인 원격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발도르프 학교는 원격수업을 할 수 없다. 아니 안 한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아이도 부모도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일체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중단된 교육을 어떤 방법으로 이어나갈까? 


씨앗을 심어 그리운 마음을 함께 키우며 기억해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지금 시기는 한창 아이들이 텃밭에서 작물들을 기를 시기이다. 조막만한 손으로 씨앗을 심고 조리개로 물을 듬뿍 주며 마지막으로 '사랑해'라는 천연 조미료를 아낌없이 주는 시기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텃밭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아이들은 텃밭을 그리워한다. 코로나19로 함께 텃밭을 가꿀 수 없는 상황에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어떤 묘수가 있었을까?

선생님께서 직접 씨앗을 각 가정에 전달해 주신다. 받은 씨앗은 1주, 2주 때 지정된 장소를 찾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심는다. 심고 나면 어디에 심었는지를 학교 아이들과 공유한다. 그러면 다른 부모와 아이는 그 옆에 혹은 다른 장소를 찾아 심는다. 아이들은 함께 만나지 못하지만, 친구가 심고 간 땅을 보고 씨앗을 느끼며 그 옆에 함께 꾸미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떤 친구가 어디에 심었는지 보고, 그 친구의 씨앗을 위해 넉넉히 물을 주고 오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다.  


<쑥 뜯기>

부모님과 몇 줌 쑥을 뜯는다. 다른 친구들을 위해 한 끼 먹을 만큼 쑥을 뜯는다. 깨끗이 쑥을 다듬고 씻는다. 그리고 쑥으로 가족들을 위한 음식 만들어 함께 맛있는 시간을 보낸다.      

<진달래 따기>

학교에 핀 진달래를 따서, 깨끗이 씻고 수술을 제거하고 화전을 부친다. 화전에 진달래와 쑥으로 예쁘게 모양을 낸다. 화전을 만드는 시간 동안 부모와 아이는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감자 심기>

지정된 학교 텃밭 땅을 잘 고른다. 돌이 많은 땅이니 감자를 심는 곳에 땅이 보슬하게 될 수 있도록 돌을 잘 골라낸다.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감자를 심을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이랑을 15~20cm 파서 감자를 심고 흙을 잘 덮어준다. 내가 감자를 심은 날에는 물을 주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이 심은 감자에 물을 준다.     


씨앗 심기로 아이들은 어떤 마음을 경험할까?

따스한 봄 속에서, 돌들을 골라내고, 돌 사이에서 태어나는 생명 가득한 풀들도 살펴보게 된다. 어느새 꽃들이 이곳저곳에 피어나고 있고, 아이들이 학교의 봄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꽃씨를 심고, 아이들의 숨결을 학교에 심는다면 더욱 따스한 숨결이 학교에, 이 세상에 심기게 되는 것이다. 친구들이 심은 꽃씨, 감자들을 보면 친구들의 마음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 꽃씨와 감자에 물을 주고 함께 가꾸어 보는 시간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서로의 의미를 느끼고, 서로 더욱 아끼는 시간들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속에서 자연 속에 나를 녹여내는 값진 의미를 가슴에 심을 수 있게 된다. 


친구들과 선생님께 편지 쓰기

김OO은 나OO에게 나OO은 박OO에게 박OO 이OO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쓴다. 글씨를 쓸 수 있는 친구들은 아름답게 그림과 글을 쓰고, 글씨를 아직 쓰기 어려운 친구들은 아름다운 그림을 편지 선물로 준비한다. 그리고 선생님께 드릴 편지도 준비하여 선생님과 아이를 만날 시간을 기다린다.


함께 하는 숙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함께 풀거나, 쓰거나, 그림을 그려 숙제를 만든다. 숙제는 배운 수와 셈, 시 쓰기, 노래 쓰기, 그림 등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한다. 김OO이 선생님께 숙제를 만들어 보낸다. 선생님은 김OO이 만든 숙제를 부모님들과 공유한다. 부모는 숙제를 아이들과 함께 푼다. 이렇게 아이들 한 명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함께하는 숙제를 서로 공유한다. 아이들이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서로가 내준 숙제를 풀어보고, 써보고, 그려보며 함께 하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친구의 숙제를 보여 주면 이런 말을 꼭! 한다. 

'서로에게 주는 숙제 선물'이라고.. 가장 좋은 숙제를 선물로 줄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숙제를 기다리며 너무 재밌어한다.


아이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애타는 마음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그 마음을 잇는다.

씨앗을 심어 그리운 마음을 함께 키우며 기억한다.

친구들아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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