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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Apr 23. 2020

<라따뚜이_#2>특별하지 않은 것의 특별함

왜? '라따뚜이'인가?


거기는 뭐가 유명하지? 

나는 여행을 내 사랑 떡볶이만큼 좋아한다. 여행에서 만날 맛 첫 경험을 꿈꾸는 시간은 마치 세계여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거 같은 기분이다. 누군가 그랬다. 가장 좋아하는 여자는 처음 만난 여자라고.. 아마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음식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맛집 탐방만큼 특별한 경험이 있을까? 맛집은 인싸들의 성지이다. 음식이 나오면 SNS에 올릴 가장 멋진 각도로 사진을 촬영하느라 기꺼이 굶주린 배를 잠시 마취시킨다. 참을 忍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는 놀라운 순간이다.


요리 전성시대: 나의 인싸 맛집 패널은 누구?

몇 년째 방송에서는 음식을 주제로 다룬 프로그램 전성시대이다. 최근 강원도 감자만큼 삼시 세 끼, 수요미식회, 골목식당 등 TV 맛집 방송이 풍년이다. 맛집 패널들은 가장 자극적인 표정과 음유시인이 되어 맛 백일장을 연일 열고 있다. 그 백일장 작가 중 내게 호감을 안겨준 사나이 한분이 있다. "맛있쥬~~" 백종원 선생님이다. 내가 백종원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렵게 느꼈던 요리와 친해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신 분이다. 다른 맛 패널들이 요리에 대한 백일장 시를 쓰고 있을 때 과하지 않은 솔직 담백함으로 요리와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매력 때문이다. (백 선생님 맞~~쥬~~~)


피 한 방울 없을 법한 깐깐한 맛집 패널(비평가)을 소개합니다.

"이 후진 동네에서 아무거라도 내주시면 

 제가 평을 하나 써드리지요."


영화 '라따뚜이'에 나오는 안톤 이고. 그는 레스토랑의 흥망성쇠를 자우하는 악명 높은 비평가이다. 비평의 본질은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비평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안톤 이고 또한 좋은 말보다는 자극적이고 안 좋은 비평을 한다. 자극적이지 않는 비평은 사람들의 선택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 비평에서 중요한 것은 요리사가 누군인지가 아니라 요리 자체이어야 한다. 안톤 이고는 래미가 만든 요리 라따뚜이를 먹고 오랜 시절 잊고 지내던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된다. 이고는 라따뚜이를 통해 비평가로서 자신의 본분과 자아를 재정립하게 된다. ego는 '자아'라는 뜻으로 안톤 이고의 네이밍은 영화의 의도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맘껏 먹고 비판할 특혜를 누리니까?"


왜? '라따뚜이'인가?

라따뚜이는 프랑스에서 손쉽게 즐겨 먹을 수 있는 국민음식이다. 래미는 안톤 이고와의 대결에서 요리로 라따뚜이를 내놓는다. 안톤 이고의 옆자리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전 주방장 스키너. 라따뚜이를 본 스키너의 표정은 오만하기만 하고 안톤 이고는 무색 표정으로 펜을 들고 몇 자 적기 시작한다. 포크로 라따뚜이를 한 점 먹는 순간 이고는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안톤 이고는 라따뚜이를 통해 어릴 적 어머니의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수많은 음식 비평가들이 외면하는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일상의 기쁨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라따뚜이를 통해 이고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화려한 음식 재료와 기교를 발휘하여 만든 음식이 아니다.  안톤 이고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은 무엇일까? 특별하지 않은 것의 특별함. 바로 어릴 때의 어머니와의 추억을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특별하지 않은 것의 특별함

수많은 맛 패널(비평가)들은 맛을 미화하여 표현한다. 요리에 어떤 재료를 사용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했는지 설명하며 자신들이 느낀 맛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한다. 우리는 TV 맛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맛집 패널의 추천하는 음식을 줄을 서서 먹는다. 그리고 먹는 순간 맛집 패널이 표현한 맛의 의미를 느끼며 "맞아", "맞아"하며 가이드된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것이 있다. 맛집 패널이 아닌 일반인에게 시식평을 부탁했을 때 그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표현은 바로 이렇다.


"옛날 어머니가 해주셨던 어머니의 손 맛이 느껴집니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은 특별함이 없다. 특별한 세팅도 없고 특별한 비장의 요리법도 없다. 하지만 어머니의 요리가 가장 맛있었던 가장 특별한 것은 바로 정성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손맛이 바로 '정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향한 곳은 바로 가족(사람)이다. 


맘껏 먹고 비평할 특혜를 누리던 안톤 이고가 라따뚜이를 먹은 후 작성한 비평으로 마무리하겠다. 날카롭던 그의 눈매는 온화해졌으며 평화로운 목소리톤으로 독백을 한다. 이고는 무엇을 느꼈으며 어떤 변화된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는 당신에게 질문한다. 당신이 잊고 지내던 진짜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비평이란 작업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위험 부담이 없을뿐더러 우리의 평론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있는척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쓰기에도 읽기에도 재미있는 나쁜 말들을 잔뜩 적어 놓는다. 하지만 쓴소리를 잘하는 우리 평론가들은 어쩌면 겉모습만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어쩌면 우리의 비평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평가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과 방어이다. 세상은 새로운 재주나 창작물에 관대하지 못하다. 그들은 친구가 필요하다. 나도 어젯밤 새로운 것을 경험했다.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는 소스가 뿌려진 아주 특별한 식사 음식이나 주방장 모두에 관해 내가 느끼고 있는 추잡한 선입견은 모두 배제하고 이야기하겠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솔직하게 말해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감히 말한다. 그는 프랑스의 어느 요리사보다 훌륭하다고" - 안톤 이고


훌륭한 요리 이전에 훌륭한 재료가 필요한 것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삶을 맛깔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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