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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바다, 물건, 쇼핑몰

남편은 바다구경을 좋아한다. 나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물건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쇼핑몰, 카페, 물건 구경, 사람 구경. 한국에서도 그랬나 그건 생각나지 않는다. 남편은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가장 가까운 바다는 아무래도 인천, 그곳에 저녁에 도착하면 갯벌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고 근처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상상속의 푸른 바다는 아니었지만.


오클랜드 근처에는 바다가 많다. 조금만 운전을 해서 가면 푸른 바다와 넓은 하늘과 구름, 아름드리 나무와 갈매기와 수영나온 사람들, 산책하는 개들, 모래, 조개껍질, 서핑하는 사람들 그 모두를 만나게 된다. 탁 트인 그곳은 상상만 해도 자유롭고 한적하다. 그런데 나는 그 한적함이 약간 재미가 없다.


집 근처도 한적하다. 하루에 사람보다 새나 고양이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푸른 하늘과 엄청난 구름의 향연은 거의 집안의 벽지와 같이 항상 그곳에 펼쳐져 있다. 집 밖으로 한걸음만 나가도 탁트인 풍경을 만난다.


남편은 일주일 내 일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바다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해는 간다. 그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쇼핑도 없고 소음도 없고 돈 쓸일도 없다. 생각이 조용해진다. 여기 바닷가에는 간신히 카페가 한 군데정도 있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가끔씩 쇼핑몰과 사람들의 소리와 물건들이 그립다.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외따로 떨어진 섬같은 느낌으로 일주일을 살고 주말까지도 한적한 곳에 가서 의미없이 바다를 쳐다보고 있기는 싫은 것일까.


하지만 지금 바다에 대해 적고 상상하는 동안 약간은 그 바다가 그리워진다. 출렁이는 물결 

아침에 커피라도 안마셨으면 가서 커피마시는 재미로라도 갈텐데.

그래도 오늘은 남편을 위해 바다에 가주어야겠다.

그리고 나서 남편은 나를 위해 쇼핑몰에 가줄까. 

책이나 한권 들고 가서 좀 읽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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