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leis Jul 04. 2023

혼란

여기와서 사람들을 만나야할것 같아서 만나러 다녔다. 순수한 내 의지로. 그런데 내 의지이긴 하나 그 결과가 몹시 피곤함으로 귀결되고 당연히 나는 이제 작작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쉴땐 쉬면서 다니자. 하지만 쉬다가 한 번 나가려면 몹시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보는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은 외로워보인다. 아무리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아무리 영주권이 있어도 아무리 백인이어도 흑인이어도 아시안이어도 모두 그렇다.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외롭고 연결되고 싶어한다. 외롭지 않아도 사람과 인사라도 하고 친절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여기 키위들은 친절하지만 조금 수줍은 면이 있어서 처음 만나면 약간 수줍게 미소짓고 인사한다. 내가 여기온 이래로 과하게 외향적인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고, 외향적인 사람도 드물어 보였다. 

 

주로 도서관에 있는 모임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만났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친절해 보였다. 나는 원래 도서관을 좋아하는 지라 편한 마음으로 도서관을 들락거리고 카드도 만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도 나를 만나서 신기하고 해피했을까.  


어떤 모임은 그림을 색칠하는 모임이었는데 나중엔 약간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선생님과 몇몇을 제외하면 조금은 뭔가 특별하고 일반인과 다른 사람들같았다. 약간은 너무 과하게 시끄럽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의 여자분이 “나 머리 염색 분홍색이랑 퍼플로 할 거에요.”  하더니 아무도 그 말에 대꾸를 안해주자 똑같은 그 말을 똑같은 톤으로 한 일곱번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놀라울만치 아무런 대꾸도 안해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영어도 못하지만 영어를 한다해도 딱히 뭐라고 대꾸해 줄 말이 없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그제서야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컵케잌을 구워 오신 분도 계셨는데 그 컵케잌들은 좀 크다싶은 밀폐용기에 실신한 듯이 담겨있었다. 서로에게 기대 의지하는 모양으로. 색깔은 파랑색과 초록색. 근데 정작 그 주인은 그 컵케잌들을 제대로 세워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냥 잘 떼어서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인듯 했다.

누군가 나에게 그 컵케잌을 권했을때 아주 잠시지만 고민에 빠지지 않을수는 없어보였다.

그리고 살짝 그 권유를 무시하고 넘어갔지만 두번째 권유에는 어쩔수 없이 먹어보아야 했는데 음. 맛은 약간 많이 단 컵케잌 맛? 이었다.  

나는 그 분에게 맛있다고 칭찬했다. 그분은 맛있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도서관의 다른 모임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날수 있었는데 그분은 이번에는 집 모양으로 생긴 어떤 것을 들고 나타났다. 집 모양이고 벽은 빵처럼 보이는 갈색이고 먹을수 있는 것 같았다. 모양은 뭐랄까. 집이란 것을 알아볼 수는 있는 정도였다. 그분이 그것을 모임의 중간에 있는 탁자에 내려놓았는데 내려놓자마자 그 집은 힘없이 스러져서 벽이 서로 포개지고 지붕이 내려앉게 되었다. 나라면 단말마의 비명이라도 질렀을텐데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없이 그 집을 다시 세우려고 했고 잘 되지 않자 그만두었다. 그러는 동안 내 옆에 앉아있던 남자분은 그 집이 크라이스트처치 지진났을때의 상황이냐며 농담을 던졌고 그녀는 그것을 가볍게 들어넘기며 이미 이 집 이전에 다른 것을 먼저 구웠는데 그것도 망쳐버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태연히 그리고 홀연히 자기 자리를 골라 앉는 것이었다. 그 벽은 진저브레드로 만든 얆은 벽이었는데 나는 진심 그 벽을 조금 뜯어서 먹어보고는 싶었지만 뭔가 보존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러지 못했다.


그 벽은 맛있었을까.  


집에 와서 나는 이러한 사실들을 발설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냐면 뭔가 그 분들에겐 내가 모르는 어떤 다른 멘탈리티가 있는것 같았고 내가 그것에 대해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 잘못 발설했다가 그분들 귀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고 약간은 무례하고 기분나쁜 일이 될수도 있을것 같아서였다. 사실 컬러링 수업에서의 이상했던 낌새에 대해서는 이미 발설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결코 나만 알고 있기에는 입이 너무 간지러웠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수가 있으랴. 내가 최근 목격한 일 가운데서 가장 재밌는 사건이었고 말한다고 해서 그닥 해로울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두번째 사건은 딸과 남편에게만 발설했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후련했다.

그리고 내가 할수 있는한 널리 알리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어서 그냥 여기다 쓰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내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 물건, 쇼핑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