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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꿈이 평평해졌다

트위터보다 조금 더 길게 쓰고 싶을 때 쓸 어딘가가 있었으면 했었다.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다. 


평소에도 딱히 각잡고 쓰는 건 아니었지만. 


비염에 목감기와 몸살이 겹친건가 했는데 검사해보니 코로나 양성이었다.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역시 몸은 힘들고 생각지 못하게 약간 머리도 어질하다. 좋은 점인지 걸리기 전보다 생각이 뾰족하지 않다. 약간 세상일에서 벗어난 느낌? 일을 안해서 맘이 편해졌나. 


꿈이 편해졌다. 요 며칠. 생각해보면 가장 다른 점이 꿈이 평평해졌다. 굴곡이 없다. 힘들지 않다. 


힘들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그저 사건은 진행되고 나는 지켜본다.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딱히 기억할 만한 스토리가 아니다. 심지어 모든 게 평지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흙먼지가 간간이 날리는. 평지. 


그 전의 나의 마음 상태는 한마디로 분노와 불안, 불편함이었다. 간신히 잠재우고나도 다시 올라오는 걸 보면서 나는 무슨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했다. 유튜브 영성 채널에서 내게 꼭 필요했던 지푸라기를 발견, 꼭 잡았다. 


잡은 것은 이러했다. ‘현실은 내 마음이 원한 것이다‘ ’현실은 내 의식의 거울이다‘ ’의지는 나의 것이 아니다‘ 


또한 원한 것이 이루어진다해도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지난 경험들에 비추어 볼때, 바이런 케이티의 ’나는 지금 내 앞에 일어나는 일만을 원한다‘ 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세상이 내 마음과 의식을 나타내주고 있는 거라면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 다 나다‘ ’나는 지금 내 앞에 일어나는 일만을 원한다’ 라고 되뇌었다. 


그 이후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코로나에 걸린 몽롱한 정신과 함께 그 주문이 어떠한 상승작용을 일으킨 건지 내 의식은 믿을 수 없이 편안했다. 아직도 그 평온하던 오후를 잊을 수가 없다. 다른 때 같으면 분명 한 마디라도 불만을 토로했었을 일에도 나는 그저 행복했다. (약간 맘에 들지 않는 건 같이 그 일을 겪은 다른 사람들 - 남편, 딸, 아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그 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깨고나서 꿈때문에 피곤한 그런 느낌이 없는 며칠. 이런 일은 흔치 않다.


정말 내 마음속에서 변화가 생긴 것에 꿈이 반응했을까. 상황을 끊임없이 판단하여 내 해석대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줄면서 힘듬도 실망도 없는 꿈으로 펼쳐졌나. 아니면 코로나로 몸이 힘든 대신 마음이 저절로 쉼을 택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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