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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식물 초보자의 생활

식물을 들여놓고 관심을 기울인다. 뿌리가 화분 밖으로 나온 것 같으면 분갈이도 해준다. 열대우림 출신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분무를 해준다. 적정한 장소를 골라 화분을 배치하고 햇빛과 통풍에 신경쓴다. 동시에 인테리어적으로 완벽한지 신경쓴다. 바람에 연약한 식물이 흔들리면 너무 흔들리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벌레가 생긴 아이는 실내식물용 해충 제거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햇빛이 필요해보이는 아이는 소원대로 바깥으로 내보내준다. 덩굴식물은 대를 세워준다. 목마른 아이에겐 물을 주고 배고픈 아이에겐 영양을 준다. 


가끔 너무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들여다보고 미세하게 위치를 맞춘다. 우리 앞집의 창문에선 원한다면 나의 행동을 볼 수 있을텐데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걸 반복하고 있는 걸 보면 정상인이라도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다. 제발 그만하라고!하는 외침을 들을수도 있다. 이제 그만해. 너무 강박적이라 보고 있는 내가 이상해질 지경이야. 제발 그만. 


그렇다. 나는 식물에 빠져버렸다. 작은 식물을 겨우 여남은 개 들인 것에 불과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마존을 들인듯 풍요롭다. 그 근처에만 가도 호흡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열대우림의 한 조각을 들여놓았다. 이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푹 빠져버린다. 그 곁엔 소원하던 테이블이 있고 스탠드가 있다. 밤에 스탠드를 켜고 내 식물들 옆 테이블에 앉아 뭘 해도 평온하다. 친구와 함께 있는 느낌이다. 친구, 지지자, 어머니, 가족.. 내가 식물들을 바라보면 식물들도 나를 바라본다. 내가 보지 않을때도 그들은 나를 바라본다. 이래서 반려식물이란 소리가 나왔나. 나는 이들의 생명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처음 사온 날처럼 이들이 생생하길 바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비좁은 틈에서도  잘 자라던 아이들이 집에 오면 뭔가 비실비실하고 잎 색깔마저 바뀌는 듯하다. 오자마자 잎을 뚝뚝 떨어뜨리는 아이들도 있다. 


지금 나는 주말에 새로 들여온 차이나 돌이라는 식물이 적절한 햇빛을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름 내내 뜨거움을 자랑하던 햇빛은 어디로 갔는지 이틀째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아주 불만족스럽다. 그래서 자꾸 창가쪽으로 화분을 1밀리씩 옮겨놓게 되는 한편 차이나 돌은 환경이 바뀌는 것에 민감하다고 해서 창가쪽은 너무 환경이 급변하지 않는가 고민하고 있다. 통풍 역시 중요하다고 하지만 18도 이상에서 잘 생존한다고 하고 외풍이 없어야한다고 해서 창가에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놓을 그 적정함을 유지하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저 차이나 돌은 내 마음을 알까. 나는 자식도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키우지 않았던 것 같다. 


토끼발 고사리?(Hare foot Fern)는 또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생각만해도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다. 처음엔 약간 징그러웠던 그 토끼발같은 뿌리는 이제 너무나 사랑스러운 토끼발같이 느껴지고 그 토끼발에서 삐죽 나온 줄기 하나 하나는 또 얼마나 소중하고 예쁜지. 꼭 장난꾸러기 꼬마 아이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럽게 헝클어진 이파리들을 손으로 흐트려뜨렸다가 다시 모은다. 언젠가 저 토끼발들이 삐져나와 토분을 손가락처럼 감싸쥐게 될 날이 오겠지. 


처음엔 무성했으나 뭐가 안맞았는지 갈색으로 잎이 말라버려 다 다듬고 가까스로 어린잎들만 살려낸 피토니아는 잘라낸 곳 옆에서 아주 작은 새 잎들을 정확히 한 쌍씩 만들어내고 있다. 언젠가 다시 피토니아 잎이 그늘을 만들어내는 날이 오길.. 


식물들로부터 고개를 애써 돌리니 창밖으로 앞마당에 원래부터 있던 나무들이며 가로수들, 수풀과 갈대잎들이 우리도 여기 있다며 바람에 흔들흔들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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