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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새벽, 4시

내가 일어나 내려온 시각은 새벽 4시. 그렇게도 원했던 새벽에 일어나서 글쓰기가 저절로 실현되고 있는건가. 이제 아침이겠거니 하고 시계를 본 게 3시 35분이었다. 아주 잘 잤나보다. 일단 깨고나니 자꾸 걱정스런 생각들만 들고 잠은 오지 않아 차라리 일어나자고 생각했다.


잘 한 것 같다. 내려오니 걱정과 분노가 반은 사라졌다. 가슴을 짓누르는 그 느낌은 홧병이라 할만한 것이었다. 잘 살아보고자 하는데 자꾸 누군가 태클거는 느낌, 이제 좀 걱정에서 벗어나나 하면 아니 아직 아닌데 하며 불거져나오는 문제들.. 가슴에 다시 살포시 돌이 얹히는 기분이었다. 일단 이런 상태가 되면 최선은 그저 이 마음상태를 지켜보는 일이다.


일에 빠져들면 이런 문제들을 잊을 수 있다. 게다가 일은 결과라는 것을 눈에 바로 보여준다. 일에 미친듯이 빠져들었을때 오히려 잡생각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잊는데는 댓가가 따른다.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둘째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마음에 화가 쌓였다. 내가 내 시간을 주장하고 하고 싶은 것을 지켜내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분노가 치밀었다. 이걸 한마디로 홧병이라 진단하고 루틴을 해결책으로 제안한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나에게 그때그때 생기는 가족들의 일에 휘둘리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루틴을 정하고 그것에 따르기로 한 것이 몇 주 전쯤의 일이다. 확실히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거기에는 글쓰기와 운동 책읽기와 피아노 연습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내 일과가 온통 일로 채워져 있었을 때는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 대부분 포기해 버리는 활동이었다.


루틴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게 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촉발되는 분노에서 나를 지키는 데에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아 분노가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외부에 중요성을 많이 두고 있다는 말일수도 있기에 내가 나 자신의 계획에 좀 더 중심을 두는 게 필요했다.


요새 그 루틴에 금이 갔었는데 다시 다잡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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