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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바흐 신포니아 9번

Sinfonia No. 9 in F Minor

글렌 굴드의 연주였을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울한듯 아닌듯 비현실적인듯 아닌듯 천천히 허공에서 떨어지는 듯한 멜로디는 나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신포니아에 있었다고? 왜 난 몰랐지. 신포니아에는 아름다운 곡이 많았지만 이 곡에 주목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연습했던 모차르트의 소나타와 론도들을 물리치고 이 곡은 요즘 나의 최애연습곡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참을 수 없지. 게다가 요즘 나의 기분과도 잘 맞아 떨어져 더욱더 좋다. 더듬더듬 쳐나가다 보면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밝지 않고, 뻔하지 않고, 빠르지 않으면서 어렵지도 않다. 다음 음에 대한 기대가 없는 채로 그냥 쳐나가야 해서 온전히 현재의 음에 집중해야한다. 나는 현재에 머무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한 음 한 음 정해져 있는대로 쳐나가다보면 손가락들은 제 멋대로 틀린 음을 치기도 하지만 그렇게 큰 티가 나지 않는다. 다시 고쳐 치면 그만이다. 심지어 좀 틀려도 아름다운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빠르기가 글렌 굴드의 버전과 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굴드가 바흐의 곡을 느리게 칠 때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낄때가 많다.


https://youtu.be/O8rNKAhtY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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