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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고양이와 끌어당김

마당에 오고 가는 고양이가 4마리인 우리집


남편은 나에게 그만 좀 끌어당기라고 말한다.


이런 건 참 끌어당김이 잘 된다. 우리 마당에 고양이가 있었으면, 우리집 창 앞에 고양이가 고개를 쭉 빼고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회색고양이랑 같은 집에 살았으면.. 이런 것 말이다.


(길냥이인 회색고양이를 보고 같은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이사온 집이 그녀석의 주 영역이자 동네사람들에 의해 작은 보금자리가 설치된 곳이었음)


요즘 우리집 창 앞에 고갤 쭉 빼고 날 찾는 녀석들은 두 마리, 회색이와 줄무늬이다.


줄무늬는 그냥 친구방문하듯이 가끔 얼굴보러 오는 것 같고


회색이는 배고파서인지, 집에 들어오고 싶은 건지, 애정을 받고 싶은건지 아니면 세 개 다인지 모르겠다.


이 녀석들이 창문 앞에서 혹시라도 낼름거리거나 입맛을 다시는 날에는 나는 간식을 꺼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지 않을땐 그저 문을 열고 나가 앉아 같이 햇빛이나 쬐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고양이들은 뒹굴뒹굴 구르기도 하고 가만 앉아있다가 졸기도 한다.


방금은 찾아온 회색 고양이가 자꾸 입맛을 다시며 야옹거리길래 배고픈건가 하고 집 우체통에 샘플로 들어있던 고양이 먹이 파우치를 뜯어 줘보았더니 잘 먹고, 간식까지 (템테이션) 잘 먹는다. 


마당 의자에 앉아 고양이와 노는 건 정말 평화로운 기분이다. 특히 저 회색 고양이는 사람에게 애정이 많고 의젓해서 같이 있기 좋다.


먹을 걸 주면 기뻐하며 받아먹고, 다 먹으면 옆에 드러누워 만져주는 손길에 골골 소리를 낸다. 


틈만나면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만 않아도 내 심적부담이 많이 줄텐데. 이 집은 렌트고 집안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금지되어있다.


고양이와 교감하는 그런 멋진 순간에는 아예 이 집을 사버리고 여기서 마음껏 고양일 키워?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키운다고 해도 다시 밖으로 나가버릴 지 모르는 녀석이긴 하다. 이 동네 사람들과 모종의 유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두 셋 모여 얘기하고 있으면 이 녀석도 괜히 거기 껴서 앉아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애교를 부리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야옹거리며 이 녀석을 즐겁게 해준다.


먹이를 챙겨 주는 사람도 여럿이다. 하지만 얼마나 일정하게 주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뭘 먹고 다니나 걱정이 되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도 아마 나 같은 심정으로 챙겨주겠지. 그러니까 하루에 몇 번을 먹는것일까.


방금전까지 우리 마당에 놓인 의자위에서 평화롭게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던 그 녀석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순찰을 돌러 가버렸다.



마당에 공작이 날아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예전에 어떤 집으로 이사갔을 때 황량했던 마당에 갑자기 집주인이 정원을 꾸미더니 다 될 때쯤 모조 공작 모형을 가운데 떡 하니 설치함으로서 이루어졌다. 우주는 유머러스하다더니 그렇게도 소원을 이루어주는 건가.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 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처럼 비가 그친 따뜻한 가을 오후에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즐겁다. 고양이가 많은 집으로 이사와서 고양이들이 더욱 좋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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